아무것도 너를
김지연 안젤라 / 만덕성당
모든 게 즐겁고,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인생에 크나큰 시련이 오기 전까지는... 6년 전 그날도 평범한 날이었다. 출근 준비로 여념이 없을 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119구급대원인데요. 아버님이 크게 다치셔서 대학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으니 빨리 오셔야겠어요.” 머리가 띵. 처음에는 그냥 조금 다치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가보니 정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으로 아버지가 누워계셨다. 추락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서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오늘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수술은 잘 되었지만 그날부터 아버지는 침상에서 꼼짝도 못 한 채 생활을 하셔야 했다. 어머니도 직장을 그만두시고 아버지 간병에 매달리셨다. 가족들이 정성으로 간병을 하면 빨리 쾌차하시리라 믿었지만 머리를 심하게 다치신 터라 1년이 지나서야 아버지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아버지는 예전보단 많이 회복되시긴 했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6년이란 시간 우리 가족들에겐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감당하기 힘든 큰일들은 계속 터져만 갔다. 모든 것을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매달리고 하소연 할 수 있는 분은 하느님뿐이었다. 매일 원망했다.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지만 다시 일어서야 했다. 우리 가족을 위해 항상 기도한다고, 힘내라고 손을 꼭 잡아주시는 신부님, 수녀님, 교우분들이 계셨기에 더욱더 힘을 내야 했다. 아버지 사고 직후, 직장에서 내 상황을 티 내지 않고 일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이런 마음들을 위로해 준 곳이 바로 경찰청에 있는 미카엘 경당이다. 미카엘 경당은 일주일에 한 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청과 경찰청 직원들이 미사를 드리는 곳이다. 처음에 직장에서 마음 붙일 곳이 없어 힘들었을 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마음을 잘 추스르고 직장에도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미카엘 경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일은 팍팍한 직장생활 속에서 피울 수 있는 꽃 같은 시간이다.
모든 일에는 주님의 뜻이 있다고 한다. 어떤 연유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힘들 때 듣던 성가 가사를 다시 새기며 다시 하느님을 붙들고 걸어가려 한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