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39호 2021.02.21 
글쓴이 이완기 니꼴라오 
고개 숙인 볏짚에서 밀알이 자라다.
 
이완기 니꼴라오 / 다대성당·시인

 
   마음도 점점 작아지면서 자리마다 고여 있는 얼룩진 삶이 깊게만 흘러가는 먹구름 속에 무거운 마음의 그릇이 말없이 부딪치며 정 들여 쌓아온 자국마다 고개 숙인 볏짚에 꾸역꾸역 찾아 든 밀알 하나. 어제도 오늘도 지쳐있는 삶에 조금씩 성숙 되어가는 모습 그려가며 구름 흐르듯 지나온 주님과의 언약 속 사십여 년이 다가옵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오늘도 힘겨워 걷고 있는 투병의 몸을 일으켜봅니다. 
 
   육신의 영혼이 둥지를 떠날지라도 처음 가는 그 길, 당신의 품을 떠날 수 없답니다. 쓸쓸함을 나누는 외로움의 길에 새겨가는 꿈도 희망도 암 투병의 시련과 고통 속에서 당신은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희수(77세)를 바라보는 어느 날, 한쪽 시력이 흐려지고 위암과 이듬해 폐암, 그리고 간경화까지... 내딛는 발걸음마다 생소한 두려움의 길을 두드려야 했습니다.
 
   삶의 물방울처럼 주님만을 따르며 생의 지는 해를 바라보고 기울어가고 있는가 봅니다. 가야 하는 길 되돌아가고파 찾은 침묵의 기도가 밤을 지새우고, 섬김의 기도가 넘어지고 깨어지며 부끄러운 삶을 엎치락뒤치락 상처투성이의 육신을 조각조각 겹쳐도 보고 꿰매어 가며 묵주 알을 굴려봅니다. 마음의 상처에서 그리움이 쌓이는 용트림의 기도를 허락하신 감사의 삶을 비추어 주소서. 주님의 숲을 바라보며 하늘의 문을 향해 누군가 오르기 전 많은 생명들이 종알거리는 빛의 삶을 허락하신 그날까지 이어가겠습니다.
 
   길다면 길었던 지난날 걸어온 길을 뒤로하고, 앞으로 남아있는 길에서의 느린 심장 박동 소리와 낮은 호흡은 죄와 용서의 신음인가요.
 
   어디서나 달팽이처럼 살다가 목마름 모르는 곳으로 갈 수 있다면, 구원의 늪에서 한 줌의 공기와 물방울을 찾아 당신의 뜻이라면 따르겠어요. 새로운 희망을 안고 나뭇잎 풍성한 우리의 생의 잔치에 피어나는 한 줌의 밀알이 건강히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 당신의 빛을 따라가고 있답니다. 
 
   당신은 저희의 목자이시니 부족함이 없으며, 저희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심을 믿으며 기울어가는 생의 가슴에 한 번 더 말씀을 새기고 오늘도 당신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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