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가난

가톨릭부산 2020.11.11 10:04 조회 수 : 20

호수 2623호 2020.11.15 
글쓴이 윤경일 아오스딩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가난

 
윤경일 아오스딩 / 좌동성당·의료인 ykikhk@hanmail.net
                               
 
   세계경제는 WTO체제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출범하면서 부의 양극화를 불러왔고 지식정보산업 시대로 넘어오면서 부의 편중화는 한층 가속도가 붙었다. 절대다수가 저소득층으로 전락해가는 길목에서 이를 부채질하듯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지만 실제 가난한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 생활여건과 위생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사망자 대부분이 만성적인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인데,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미국의 경우 흑인 사망비율이 백인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는 흑인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탓이다. 
 
   빠르게 확산하는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의 이동이 봉쇄되면서 그 피해 또한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생산공장이 멈추면서 수많은 실업자가 생겨났고 개발도상국에서는 각종 폭력이 상승했다. 유엔인구기금은 가정폭력이 20%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또 ‘페미사이드’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페미사이드’란 여성(Female)과 살인(Homicide)의 합성어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회가 장기간 셧다운 되면서 가난한 이들은 바이러스보다 굶주림이 더 무섭다고 말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란 굶어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농산물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아사 위기에 놓인 아프리카의 한 노동자는 “코로나19 대신 배고픔이 우리를 죽일 것”이라며 봉쇄 조치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자신도 여유가 없지만 우리보다 부족한 이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 
 
   재물은 아침꽃과 같다고 그랬다. 아침에 싱싱하게 피었다가 해가 뜨겁게 내리쬐면 시들어버리는 꽃처럼. 가을이 깊어간다. 내면에 심어둔 영혼의 곡식이 잘 영글었는지 살펴보자.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간다.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마태 6,19.20ㄱ)
 
   가난한 이와의 나눔은 형제를 사랑하라는 말씀의 이음동어다. 일회성 동정이나 선의가 아니라 삶의 지속적 방식으로 어려운 형제에 대한 사랑을 이어나가도록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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