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마음

가톨릭부산 2020.10.07 10:09 조회 수 : 15

호수 2618호 2020.10.11 
글쓴이 김원용 베드로 
깨끗한 마음

 
김원용 베드로 / 동대신성당·시인 kwyground@hanmail.net 

 
   경부선을 타고 온 아들 가족과 하늘공원 봉안당 입구에서 만나기로 한 토요일 아침, 먼저 온 아이들이 작은 두 손을 모아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귀여운 모습에,  눈물을 글썽이며 이를 바라보는 나의 눈가에도 따뜻한 가을볕이 함께 머물고 있었다.
 
   가을 볕에 곱게 물든 나뭇잎이 아름다운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면 하느님께서 두 팔을 벌려 맞이하고 계신다. 이곳은 슬픔과 아픔의 영혼들을 달래며 먼저 돌아가신 분들과 살아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공간이며, 하느님 품안에서 기도하는 영혼의 안식처이다. 이곳 묘원에 고모님 부부와 삼촌 부부도 모셨기에 낯설지 않으며 늘 함께 계시는 곳이기에 언제 온다고 해도 주님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하다. 이곳은 하늘로 먼저 올라가신 분들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더 희망을 찾게 하는 곳이다.
 
   성전에 들어가기 전 아내를 위해 묵념과 함께 주님의 기도를 드린 후 위령 미사에 참례했다.
 
   생전 아내가 세례를 받은 후 복지분과에 몸을 담으면서 우리 가족은 성당에서 제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였다. 아내는 불편한 다리를 끌면서도 누군가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어 궂은일들을 도맡으며 헌신적인 봉사를 했다. 때로는 성당 근처 골목 상인들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오랜 지병도 하느님의 보살핌으로 견뎌온 아내는 손자가 태어나기 보름 전, 붉은 장미꽃을 안고 하늘 나라로 올라갔다.
   아내를 떠올리면 명절 때 손주들에게 잉크 냄새도 날아가지 않은 천 원짜리 새 돈을 나눠주던 일이 생각난다. 주일날 성전에서 봉헌할 때에도 옷차림도 마음가짐도 깨끗해야 하느님께서도 좋아하실 거라고 일러주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까지 덤으로 깨끗해졌다.
 
   봉헌할 때마다 깨끗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손자와 손녀 모습을 보면서 열려있는 성전 하늘에서 하얀 미소를 머금고 있는 할머니 모습은 아이들 손에서 금방 피어난 장미꽃보다 아름답게 웃어준다.
 
   하느님은 이렇게 말씀하실 거야. “혁아, 너는 어떻게 깨끗한 새 돈만 가져오니?” “할아버지께서 하느님께 봉헌하는 예물이 깨끗해야 마음도 깨끗해지고 하느님도 예뻐하신다고 했어요.”
 
   하늘 아래 하늘공원도 가을빛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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