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635호 2021.0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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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경렬 신부 |
아직 오지 않았지만 이미 왔다
권경렬 신부
오늘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이다. “마음을 여시어” 말씀을 깨닫게 해 주시기를... 제1독서에서 요나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들은 니네베 사람들은 마음이 열려 돌아섰고 ‘눈먼 자들의 도시’는 무너지지 않았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는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져 가고 있기에’ 세상일에 매여 살기보다 하느님 나라에 최적화된 삶의 방식을 익히라고 한다. 마지막 날인 듯 오늘을 살고, 영원한 삶인 듯 매 순간 죽는 법을 배우는 것이 그 시작이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하느님의 나라는 복음의 핵심이다. 율법학자들에게 그 나라는 가상현실이지만 예수님에게는 실재였다. 그분은 당신 안에 이미 와 있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다. 이 선포는 한 인격 안에 온전히 실재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내적 고백이며 사회적 선언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의 나라는 예수님 인격의 사회적 표현이고 회개는 사회적 쇄신의 인격적 표현이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의 완성은 내적 회개와 사회적 쇄신이라는 두 차원의 일치를 지향하며 종말론적 희망으로 나아간다. 그분은 오늘도 모든 인류의 마음 안에 하느님의 나라가 빛나기를, ‘서로 위하는 마음이 시냇물처럼 흐르기를’ 바라신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어부 네 사람을 부르셨다.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랐다. 놀라운 일이다. 복음은 대체로 삶을 압축해서 전하고 있기에 그 과정은 서서히 이루어졌고, 제자들은 마침내 아무것도 없었는데, 행복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에게는 그분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분에게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분의 말씀을 듣노라면 어쩐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가 거룩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울컥했다. 그분의 말씀은 그들 내면에 잠들어 있던 하느님의 거룩함을 일깨워주었고, 그들은 그분과 함께 있을 때 기뻤고, 자신을 넘어서는 해방감을 느꼈다. 더 이상 물고기 잡는 어부가 아니라 ‘존재의 깊은 곳에’ 닻을 내리고 그분을 따랐다. 그날 그들은 그렇게 마음이 열려 돌아섰다.
그 옛날 그들처럼 오늘도 주님은 우리를 부르신다. 나만의 왕국에서 하느님의 나라로 해방되기를, 아무쪼록 죽기 전에 나(에고) 중심에서 하느님 중심으로 돌아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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