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
서강진 스테파노 신부
서대신성당 성사담당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제 겨우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한 아이가 아장아장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곁에 있던 엄마가 아이에게 “손에 들고 있는 사탕을 신부님께 선물로 드려.”라고 하였습니다. 순간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저 아이에게 사탕은 가진 것 전부일 텐데.’ 그 아이는 선뜻 사탕을 내밀었습니다. 지금도 사제관의 책장 위에는 그 아이가 준 사탕이 있습니다. 그 사탕을 볼 때마다 생각하게 합니다. 그 아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을 주저없이 누군가에게 내어놓을 수 있을까?
오늘 복음은 예수님 앞에 달려와 무릎을 꿇었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그는 지금의 우리처럼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으로 예수님께 다가갔을 것입니다. 그는 영원한 생명을 받기 위해 자신의 온 삶을 성실히 살아온 사람이었으며 무엇이 부족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 묻습니다.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의 물음에 예수님께서는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말씀을 하십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너는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순간 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것만큼은 내어놓을 수 없다고 여겼던 바로 그것을 그분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막상 그것은 바로 그에게 있어 포기할 수 없는 그의 전부였습니다. 가진 것을 내어놓는다면, 지금껏 쌓아온 나의 노력들이 허무하게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온전히 주님의 말씀에만 맡기며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예수님을, 그분의 말씀을 따르지 못하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사제가 되고 싶었던 한 아이는 신학교에 갔고 마침내 사제가 되었습니다. 사제가 된 이후에도 사제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압니다. 자신의 힘만으로 사제가 될 수 없었고 살아갈 수도 없다는 것을. 주님을 따른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게 너무나 많다는 것을.
“주님의 넘치는 은총으로 언제나 저희와 함께하시어 저희가 끊임없이 좋은 일을 하도록 이끌어 주소서.”(본기도) 그가 가진 것은 주님께서 주신 모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