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을 허물어라.”

가톨릭부산 2024.02.28 11:27 조회 수 : 6

호수 2802호 2024. 3. 3 
글쓴이 김경욱 신부 

“성전을 허물어라.”
 
 

김경욱 신부
정하상바오로영성관장
 
   우리는 재의 수요일,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머리에 재를 얹고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라는 메시지를 듣고 회개의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벌써 3주일째입니다.
 
   그동안 ‘인생은 흙으로 돌아갈 존재’임을 되새기며 하느님의 뜻대로 살았습니까? 복음 말씀을 구체적인 삶으로 실천하며 지냈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환전상의 돈을 쏟아 버리시고 탁자를 엎어 버리십니다. 뿐만 아니라 비둘기 장사까지 쫓아내시며 성전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엄하게 꾸중하셨습니다. 이어서 성전을 허물라고까지 명령하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성전은 하느님을 예배하고 만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성전은 거룩한 곳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성전에 와서도 하느님은 잊어버리고 외적인 형식과 규범만 실천하고 있다면 그곳은 성전이 아니라 시장이 되는 것입니다. 거룩함이 없는 성전은 장사꾼들의 장소입니다. 반드시 허물어 버려야 할 짐에 불과 합니다.
 
   성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몇 년 전에 어느 성당에서 신자분의 불평을 들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타 교구에서 전입해 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부산에 와서 성당에 올 때마다 힘듭니다. 왜냐면 성당 안에서 신자들이 너무 떠들기 때문입니다. 그전에 있던 곳의 성당은 고요한 기도의 공간이었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성전에서 기도하며 하느님의 현존을 느낍니다. 예수님은 성전이 하느님의 현존의 장소라는 것을 넘어서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씀하셨습니다. 단순히 하느님께 예물을 봉헌하기 위한 장소의 의미를 넘어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하느님을 진정으로 만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내면은 회개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살고 있으면서 예물봉헌에 대한 율법 규정만 지키고서 신앙인의 의무를 다했다고 하지는 않습니까? 이런 것이 무늬만 신자라는 말에 어울립니다. 가식적이고 형식적이기만한 예배의 장소로서 성전은 마땅히 허물어야 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다져진 새 성전을 지어야 하겠습니다. 십자가의 제사로 세워진 참 성전은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입을 때, 우리 자신도 성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사순 시기 동안 우리 자신이 예수님이 보여주신 사랑에 힘입어 희생을 실천할 때, 우리는 주님께서 즐겨 받으시는 봉헌물이 되고 참다운 성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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