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주님의 메시지

가톨릭부산 2017.04.12 11:41 조회 수 : 233 추천:1

호수 2430호 2017.04.16 
글쓴이 황철수 주교 

부활하신 주님의 메시지

 

교구장 황철수 바오로 주교

 

  가끔‘부활주일에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한 번씩 나타나시면 좋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엉뚱한 생각을 바탕으로 실제로 주님께서 어느 성당의 부활주일 미사 공지사항 시간에 홀연히 나타났다고 가정을 하고, 그 후에 전개될 일을 상상해 봅니다.
  부활미사를 장엄하게 봉헌하고 사제가 막 공지사항을 시작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찬란한 빛에 둘러싸인 주님께서 제대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아마도 그 성당의 신자 모두는 순간 정신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정신을 가다듬자마자 이 신비로운 순간을 놓칠세라 여기저기서 휴대폰을 꺼내 촬영한다고 난리가 나지 않을까 싶네요.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손과 발, 가슴에 선명한 붉은 오상을 지니시고 제대 앞에 평화로운 모습으로 서셨습니다. 아마도 사제는 신자들을 향하여,‘오늘 뜻밖에도 저희들을 찾아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열렬한 박수로 환영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대단히 소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분명코 주례사제는 사진 찍는 것을 자제시키며, 부활하신 주님께서 언제 갑자기 떠나실지 모르니 다들 조용히‘주님의 말씀을 듣자’고 초대할 것입니다. 사진 찍는 일, 눈으로 보는 일, 그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부활하신 주님의 메시지를 듣는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부활하신 주님을 육안으로 보는 일보다도 그분의 메시지를 듣고 새기는 일이 더욱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남기신 메시지를 성경에서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평안하십니까,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십시오. 거기에서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마태 28, 9-10)
‘두려워하지 마십시오.’이 말은 예수님과 같은 노선이라는 혐의를 받으며 몸을 사리고 걱정하는 제자들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으로 나가, 예수님께서 평소에 말씀하신 사랑의 정신으로 용기를 내어 한 번 살아보라는 격려의 말씀이지요.
‘갈릴래아에서 주님을 만날 것입니다.’갈릴래아는 수 년 동안 예수님과 제자들이 살아가던 생활현장입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깨닫는 곳은 특별하고 예외적인 곳이 아니라, 살아가는 현장 바로 그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 앞에 나타나시더라도 똑같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며 말씀하실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온갖 욕망이 넘쳐나고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요.’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그 현장에 내가 언제나 함께 할 것입니다.”(마태 복음 마지막 구절)

호수 제목 글쓴이
2670호 2021.09.26  마실 물 한 잔 file 강지원 신부 
2669호 2021.09.19  신앙이 다시 불타오르기를 file 김형길 신부 
2668호 2021.09.12  “내 뒤에 서서 나를 따르라.” file 장민호 신부 
2667호 2021.09.05  에파타 file 김동환 신부 
2666호 2021.08.29  깨끗함과 더러움 file 전열 신부 
2665호 2021.08.22  영은 생명을 준다 file 원정학 신부 
2664호 2021.08.15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이라는 희망이 성모님에게서 구체적으로 드러남. file 신기현 신부 
2663호 2021.08.08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file 장훈철 신부 
2662호 2021.08.01  함께 만들어가는 생명의 빵 file 고원일 신부 
2661호 2021.07.25  감사하는 마음에 상처가 나더라도… file 박갑조 신부 
2660호 2021.07.18  “좀 쉬어라.” file 노우재 신부 
2659호 2021.07.11  ‘회개하라고 선포하여라.’ file 최재현 신부 
2658호 2021.07.04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file 최요섭 신부 
2657호 2021.06.27  주님의 손을 잡고 일어서서 살아가기 file 이동화 신부 
2656호 2021.06.20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file 강헌철 신부 
2655호 2021.06.13  작은 겨자씨에서 자라난 신앙 공동체 file 강병규 신부 
2654호 2021.06.06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file 신동원 신부 
2653호 2021.05.30  그 사이에도 여기에도 살아계신 하느님 file 도정호 신부 
2652호 2021.05.23  성령의 은사를 입고 성령의 열매를 맺자! file 신진수 신부 
2651호 2021.05.16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file 오용환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