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68호 2021.09.12 
글쓴이 장민호 신부 

“내 뒤에 서서 나를 따르라.”

 
장민호 신부 / 물금성당 주임


 
   누군가 저에게 누구랑 친하냐고 물으면, 또는 누구를 잘 아냐고 물으면, 저는 답변을 빨리 못합니다. 친하다고 하기엔 모르는 게 많고, 친하지 않다고 하면 그 사람이 섭섭하게 생각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또는 아는 만큼만 말을 한다고 하면서도, 과장하거나 축소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알아가야 합니다.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은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카이사리아 필리피를 향해 가시던 중 당신에 관한 소문을 묻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리고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라고 묻습니다. 베드로는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예수님을 그리스도, 메시아라고 고백했지만 예수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듣습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많은 고난을 받고 죽으셨다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베드로가 생각한 그리스도는 고난과는 거리가 먼 구세주였습니다. 이 점이 예수님이 생각한 그리스도와 달랐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그리스도는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라는 말에서 예수님의 결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사명에 대한 확신이 있습니다.
 
   “내게서 물러가라.”(마르 8,33)는 말씀은 “내 앞에서 꺼져라”는 말이 아니라 “내 뒤에 서라”는 것입니다. 스승이 앞장서 가고 제자는 앞장선 스승의 뒤를 따르는 것처럼 베드로에게 예수님을 따를 준비를 하라는 것입니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듯이 제자인 베드로도 스승을 본받아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34)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를 비롯하여 초대교회 신앙인들, 그리고 한국 순교자들 역시 예수님을 본받아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들은 박해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예수님을 믿으며 그분의 뒤를 따랐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내 뒤에 서서 나를 따라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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