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됨과 행복의 관계

가톨릭부산 2021.12.15 11:02 조회 수 : 20

호수 2682호 2021. 12. 19 
글쓴이 박규환 신부 

복됨과 행복의 관계  

 
박규환 신부 / 연지성당 주임


 
  악마의 재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가 탐낼만한 천부적 재능이지만, 이것이 그 사람에게 유익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어 사용되는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즉 그 재능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서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행복의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께서는 출산을 앞둔 엘리사벳을 방문하십니다. 성모님의 방문은 전혀 예상치 못한 크나큰 기쁨이었으며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45)이라 노래합니다. 
 
   “복되십니다”와 “행복하십니다”라는 두 단어는 비슷하지만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복됨은 하느님의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지만 행복은 인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엘리사벳이 고백하듯이 성모님은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된 분이심에 틀림이 없습니다. 미천한 인간의 몸으로 거룩한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크나큰 복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됨이 바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행복보다는 불행한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성모칠고(聖母七苦)를 통해 성모님이 겪으셨던 불행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복됨이 가져다준 불행 속에 낙담하기보다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굳은 믿음을 통해 불행을 행복으로 잘 승화시키셨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성령으로 인한 잉태의 메시지를 전했을 때 성모님은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ㄷ)라며 말씀에 온전히 당신을 봉헌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셨을 때는 그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여 그 뜻을 깨닫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셨습니다. 성모님께 주어진 ‘하느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라는 영광된 칭호는 단순한 복됨의 결과가 아닌 말씀에 의탁한 노력의 행복된 결실인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 주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다.”는 기쁜 성탄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심의 복됨이 만남의 행복으로 그냥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 안에 머물 때 우리 가운데 오시는 주님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굳건한 믿음과 노력을 통해 주님 오심의 복됨을 만남이라는 행복으로 만들어가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691호 2022. 2. 6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file 계만수 신부 
2690호 2022. 1. 30  우리는 예언자입니다. file 정상천 신부 
2689호 2022. 1. 23  하느님의 말씀으로 성장하는 교회 file 윤기성 신부 
2688호 2022. 1. 16  오지랖의 영성 file 김준한 신부 
2687호 2022. 1. 9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file 신문갑 신부 
2686호 2022. 1. 2  주님 공현의 삶 file 김태형 신부 
2684호 2021. 12. 26  성가정, 자신을 버리는 만큼... file 권동성 신부 
2683호 2021. 12. 25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알게 하시려고 사람이 되셨습니다. file 신호철 주교 
2682호 2021. 12. 19  복됨과 행복의 관계 file 박규환 신부 
2681호 2021. 12. 12  “저희는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file 이강영 신부 
2680호 2021. 12. 05  환희의 잉태 file 김영환 신부 
2679호 2021. 11. 28  우리와 함께 하시지만, 다시 오시는 예수님 file 이창신 신부 
2678호 2021. 11. 21  왕(王)은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십자가(+) file 김기태 신부 
2677호 2021. 11. 14  종말과 준비된 삶 file 이강우 신부 
2676호 2021. 11. 7  다른 이들보다 더 하는 삶, 믿음을 더하는 삶을 위하여 file 장용진 신부 
2675호 2021. 10. 31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file 김태환 신부 
2674호 2021. 10. 24  정보혁명과 전교 주일 file 송현 신부 
2673호 2021.10.17  욕망과 자유 file 조영만 신부 
2672호 2021.10.10  환희의 신비 1단,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심을 묵상합시다. file 송제호 신부 
2671호 2021.10.03  문자로 기록된 규정과 보이지 않는 근본 정신 file 한윤식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