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는 대답은 잘도 한다.”

가톨릭부산 2023.09.27 10:21 조회 수 : 17

호수 2777호 2023. 10. 1 
글쓴이 전동기 신부 

“니는 대답은 잘도 한다.”
 


 
전동기 신부
명지성당 주임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니는 대답은 잘도 한다.”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자주 듣던 말씀입니다. 대답만 잘하지 실천이 없더라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별생각 없는, 어머니에 대한 진정한 배려 없는, 나만을 위한 마음 편한 무책임한 대답이었습니다. 
 
   만일 부정적으로 대답하면, 이제는 잔소리가(?) 길어지고, 결국 제가 제압당하게 되겠죠. 그래서 순간의 불편을 모면하기 위해서 바로 긍정적으로 응답한 겁니다.
 
   오늘 나오는 ‘두 아들의 비유’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제각기 “얘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고 일렀습니다. 그런데 맏아들은 바로 싫다고 합니다. 작은아들은 가겠다고만 하고 가지 않습니다. 결국 두 아들 모두 아버지의 말을 거부한 셈입니다. 가부장제 시대에 아들이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맏아들은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갑니다. 그리하여 오늘 복음의 현장에 있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두 아들 가운데 맏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실천했다고 예수님께 대답합니다.
 
   맏아들은 처음엔 포도원에 일하러 가기 싫다고 했다가(하느님의 율법을 거부한 삶을 산 세리와 창녀들), “나중에는 생각을 바꾸어”(요한을 믿고 회개하여) 아버지의 뜻을 따랐기에, 예수께서는 세리와 창녀들이 먼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작은아들은 처음엔 “가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하느님을 따른다며 자신만만하던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 등) 가지는 않았습니다.(요한을 거부)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아버지의 요청에 “예”라고 답하고 그대로 실천하는 언행일치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두 아들의 비유는, 말이냐 실천이냐, 기득권 고집이냐 회개냐에 대한 것 같습니다. 대답은 “예”라 하고 실천을 안 하면 그것은 거짓이 되지만, 대답은 “아니오”라 하고 실천을 하면 애초에는 아버지의 마음을 상하게 했지만, 그래도 그것은 거짓이라고는 볼 수 없고, 차라리 회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진리 앞에서 그동안 지닌 그릇된 마음과 태도를 바꾸어 회개할 줄 아는 융통성을 지니기를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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