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정’은 ‘하느님 중심의’, ‘하느님과 함께하는’ 가정이라고 많은 신부님이 귀띔해 주십니다. 성가정에 대한 정답이지만, 뭔가 쉽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 모두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데도 가정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오히려 신앙 때문에 가족 간 다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 교회 봉사와 신심 단체 활동을 열심히 하는 부모의 자녀가 신앙생활을 멀리하기도 합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그만큼 행복하고 화목한 성가정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족 간 다툼과 불화를 겪으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하면서 ‘우리는 성가정이다’라고 할 수는 없는데 말입니다.
소위 전문가들은 행복한 가정을 위해 가족 간 이해와 배려를 말합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분명 더 행복한, 더 좋은 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해도, 배려도 결국 자신을 중심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베푸는 것 아닌가요? 어쩌면 ‘자신’이라는 틀 안에 갇혀서 상대를 위한다고 하기에 더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배려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탓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행복한 가정을 위해 이해와 배려가 아닌 ‘양보’와 ‘포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와 배려가 자기 중심이라면, 양보와 포기는 자기 중심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양보와 포기라는 말에 누군가는 불편해하고 손사래 치기도 합니다. 양보와 포기는 손해와 희생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얼마나 참고 희생하며 살았는데, 더는 그럴 수 없다고도 합니다. 손해 보고 희생하는 것을 누가 원하겠습니까?
하지만 부모는 어린 자녀를 돌보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양보하지만, 손해나 희생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무엇도 비할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이라고 합니다. 그건 자녀를 향한 사랑 때문이겠지요. 사랑 앞에서는 손해도, 희생도 문제가 되지 않나 봅니다. 우리 가족이 사랑의 대상인가요? 아니면 나의 이익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대상인가요?
앞서 성가정은 하느님 중심, 하느님과 함께하는 가정이라고 했습니다. 하느님이 중심이려면, 먼저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기를 비워야 하느님이건, 가족이건 다른 누군가가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꼭 양보, 포기해야 한다고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자기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나의 뜻에 맞추려고 한다면 성가정은 그야말로 닿을 수 없는 이상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하신 ‘자신을 버리고’라는 말씀을 되새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