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봉헌하는 미사를 통해 성체성사를 거행합니다. 미사는 단순 반복적인 행위가 아니라, 영원히 기억하라고 명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교회가 행하는 전례이고 성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당신을 내어 주셨습니다.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통해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시고,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에서 돌아가실 때 다시 한번 당신을 내어 주십니다. 당신 친히 제관이 되시고, 희생제물이 되시어 단 한 번의 제사로 영원한 효력을 나타내는 십자가상 제사를 완성하셨습니다.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말씀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눈물겨운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조창인 작가의 소설 가시고기를 기억하시는지요? 가시고기는 부성애를 대표하는 물고기입니다. 가시고기는 3종류(큰가시고기, 가시고기, 잔가시고기)인데, 큰가시고기는 바다에서 살다가 해마다 이른 봄이면 산란을 위해 하천으로 올라옵니다. 둥지가 완성되면 암컷은 그곳에 알을 낳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끝냅니다.
반면 수컷 가시고기는 알을 먹기 위해 모여드는 천적과 침입자를 물리치고 알들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앞 지느러미로 부채질하며 끊임없이 둥지 안에 새 물을 넣어줍니다. 부화한 지 5일 정도가 지나면 새끼들은 둥지를 떠나기 시작합니다. 며칠 후 둥지를 떠났던 새끼들은 죽은 수컷 주위로 모여듭니다. 자기를 위해 희생한 아비를 애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비의 살을 먹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생명의 빵인 예수님은 오늘도 제자들과 나누었던 식탁에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 바로 식사를 통해서 당신을 기억하도록 하셨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것처럼 오천 명을 먹이실 때도 빵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알아본 것도 바로 빵을 떼어 주실 때였습니다.
하느님 자녀들은 성체성사를 통해서 예수님을 기억하고 생명을 이어갑니다.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살아갑니다. 가시고기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기꺼이 죽음으로써 자신의 살을 내어주는 것처럼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과 예수님의 내어주심 그 고귀한 사명에 대해 묵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