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가톨릭부산 2022.10.26 10:27 조회 수 : 42

호수 2729호 2022. 10. 30 
글쓴이 권순호 신부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권순호 신부 / 정관성당 주임


 
  오늘 복음서에서 자캐오는 키가 작다고 묘사되고 있습니다. 키가 작은 것은 사회에서 부족함으로 받아들이기 쉽지요. 부족함으로 인한 낮은 자존감을 느끼는 것을 심리학적으로 콤플렉스 혹은 열등감이라고 말하지요. 우리는 누구나 각자 열등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등감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지요. 첫 번째는 폐쇄적이라는 것입니다. 열등감의 원인이 제거되기 전에 마음의 문을 닫아 걸지요. 두 번째, 부족한 면이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100가지 중에 99가지 장점이 있고, 1가지 약점이 있는데 굳이 약점 1가지를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요. 세 번째는 사람들은 나만 바라보고 있다고, 특히 나의 약점만 바라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컴플렉스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다른 것을 통해 보상하려고,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나게 보이려고 노력합니다. 마치 자캐오가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는 것과 같지요. 예수님은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 있는 자캐오를 알아보고 말씀하시지요.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
 
   자캐오는 키가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비록 이스라엘 백성에게 비난은 받지만 세리가 되는 길을 택했을 것입니다. 돈은 자신의 작은 존재를 가리고 높이 올라갈 수 있는 돌무화과나무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자캐오에게 예수님은 돌무화과나무에서 얼른 내려오라고 말씀하시지요. 구세주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자캐오는 더 이상 그렇게 위를 향해 올라가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잘생겨지고, 더 멋있어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자캐오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를 받아 들이는 예수님을 자캐오는 만나고, 자신을 개방하고 나눕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루카 19,8)
 
   열등감을 감추려고, 나를 드러내려고, 나를 크고 위대하게 만들려고,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려는 나 자신을 반성합니다. 예수님은 또한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네가 사랑받기에 필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큰 키도 뛰어난 외모도 아니란다.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단다. 내가 너와 함께 머물겠다.” 우리는 미사에서 먼저 우리 가운데 머무시고 우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이미 나누어 주시는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족해도 가난해도, 작아도, 적어도 기꺼이 나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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