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000호 2009.07.05 
글쓴이 김원석 신부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김대건 안드레아사 사제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유다인들은 토라를 배우는 것만이 유다인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 예루살렘 성전을 구할 수 없다 하더라도 토라와 그것을 가르치는 랍비는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유다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만일 자기 아버지와 랍비가 한꺼번에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시장으로 팔려 갔는데 돈이 한 사람을 구할 정도밖에 없을 때에는 랍비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자식을 이 세상에 데려왔을 뿐이지만 랍비는 그를 영원한 세계로 인도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유다교에 랍비가 있다면 우리 가톨릭 교회에는 사제가 있습니다. 사제는 자신의 삶을 통해 영원한 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 주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신앙인들의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사제를 필요로 할 때 그들과 늘 함께 있으면서 하느님 아버지께 그 영혼을 제관이 되어 바칩니다. 그러한 사제는 하느님 아버지를 향하는 그리스도를 닮은 존재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제가 떠난 자리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야 합니다(2코린 2, 15참조). 그리고 신자들은 사제가 남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위로를 받고 희망을 가지며 신명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제는 본디가 유혹을 받는 사람입니다. 사제들의 모델이신 예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40일간 단식을 하면서 기도를 하는 동안 세상의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유혹은 단순합니다. 포기하고 편하게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유혹으로 시작된 예수님의 공생활은 잡히시기 전에 하느님께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마르 14, 36)라고 기도하시는 등, 당신 사명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뜻대로 하시라고 기도하고 그 유혹을 이겨내십니다. 예수님을 닮아야 하는 사제도 역시 유혹을 받는 존재입니다. 사제가 되기 위하여 많은 유혹을 받으며, 사제가 된 후에도 많은 유혹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의 자신이 지고 살아가던 십자가를 다 내려놓을 때까지 유혹을 받습니다.

사제들은 예수님처럼 많은 유혹을 받지만 예수님처럼 그 유혹을 이겨내며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신자들은 많은 유혹을 이겨내고 불꽃같이 사셨던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에게 한국의 성직자들을 위해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제들은 더욱 힘을 내어 유혹을 이겨내고 신자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는 착한 목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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