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앞에 부유한 사람

가톨릭부산 2015.10.13 06:51 조회 수 : 48

호수 2060호 2010.08.01 
글쓴이 박상대 신부 

하느님 앞에 부유한 사람

박상대 마르코 신부 / 교구 사무처장 / sdpark1988@gmail.com

오복(五福)이란 말이 있다. 중국 사람들이 인간의 행복에 대하여 정의한 명언인데, 오래 사는 장수(長壽), 부자가 되는 재부(財富), 몸과 마음이 편안한 강녕(康寧), 남에게 선을 베풀어 덕을 쌓는 유호덕(攸好德), 고통 없이 천수를 다하는 고종명(考終命)이 그것이다. 이것들 중 어느 한 가지만 가져도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 거기에 머물지 않으니 탈이다. 무엇에 욕심을 낸다는 것은 분명 얻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고, 그래서 처음부터 사람에게 속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떤 사내가 예수님께 자기 형이 받은 유산의 정당한 분배를 요청했다. 원래는 율사들이 이런 일을 중재했었지만 예수님 때문에 그들의 위신이 크게 떨어져 있던 터라 청년은 예수님을 정당한 유산 분배의 적격자로 본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계기로 '생명과 소유'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을 주신다.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 15)는 것이다. 소유는 탐욕을 불러오고 탐욕이 생명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소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양적 소유를 자신의 강녕과 결부시키고 나아가 생명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는 부자는 분명히 어리석다. 부자는 소유와 저장을 바탕으로 인생을 만끽할 계획을 세우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바로 그날 밤 부자의 숨을 거두어 가실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인이라도 그렇지, 좀 심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만 생명을 주고, 언제 거두어 가든 그것은 주인의 마음이다.

애당초 없는 것을 가지려 하고, 있으면서 더 가지려 애쓰는 욕심은 인간 본능의 하나다. 가진 것을 놓을 줄 모르고,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할 때면 그만큼의 대체 소유를 바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부자는 쉽게 물질과 육체를 따라 살고, 빈자는 어렵지만 정신과 영혼을 따라 살게 된다. 고통이 닥치면 부자는 재물로 고통을 없애려 하고, 빈자는 영성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 소유는 집착과 탐욕을 끊임없이 불러오지만, 무소유는 자유와 청빈을 가져올 것이다. 여기서 자유와 청빈은 무소유만큼의 하느님 소유를 뜻한다. 즉,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하느님으로 인한 자유로움과 풍요로움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부자보다 빈자가 더 많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 그래서 성녀 대 데레사와 함께 기도할 수 있다. "아무 것도 너를 슬프게 하거나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이다. 오! 하느님은 불변하시니, 인내함이 다 이기느니라.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모든 것을 소유한 것이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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