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낚는 어부
박갑조 세례자 요한 신부 / 맑은 하늘 피정의 집 관장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기 전에 그들은 ‘호수에 그물을 던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다는 말씀이지요.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 1, 17)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 부르심을 듣는 제자들의 지난날의 애환과 역사를 깡그리 무시한 채 당신 일만 생각하고 이르신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가난한 살림살이 중에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예수님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분은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가 물가에 사는 어부들이 그러하듯, 물때에 맞춰 호수에 나가 그물질을 하리라는 것도 미리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람 낚는 법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그 속을 이미 알고 계시는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소리 없는 알아챔 속에 함께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속을 깊이 헤아려주며 그 마음을 쓰다듬어주심으로써 그분은 사람들을 낚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람 낚시법’이었거니와, 이것을 노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하늘 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얼금얼금 성기어도 놓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바로 이 ‘하늘 그물’로 그들의 마음도 몸도 다 얻으셨습니다.
이 ‘하늘 그물’에 걸려들면,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예수님 안에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체득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걸려든 그 그물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펼칠 줄 알게 됩니다. 예수님처럼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로 살면서, 다른 이들에게 같은 사랑의 그물을 던지고 낚아 올리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됩니다.
“그물을 버린다.”(마르 1, 18. 20 참조)라는 말의 뜻은, 그 사랑의 그물에 걸려든 결과,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온 이전의 삶의 태도를 버린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습니다. 말씀의 그물에 걸려 참 사랑을 체험하고 그래서 참 생명이 무엇인지도 알게 될 때, 비로소 자신의 이기심과 집착을 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그물에 걸리는 그 자리가 그물을 버리는 자리가 되며, 그물을 버리는 바로 그 자리가 바로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하는 자리가 됩니다.
예수님을 뒤따라가는 여정에서 베드로는, 지난날 오직 자신과 가족의 생계만을 염려하며 살던 삶의 자세가 저절로 정화되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의 폭이 타인들의 행복을 향해서도 펼쳐질 줄 알게 되는 것을 체험합니다. 그는 이제 이전과 똑같은 세상을 살건만, 자신이 보던 방식으로 더는 보지 않고, 스승이신 예수님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그분의 마음과 눈으로 자기의 역사와 지난 모든 세월의 인연들을 느끼고 바라보는 가운데, 주님께서 뜻하신 일들을 그분의 방식으로, 그분의 힘으로 몸소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 역시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을 낚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사람 낚는 어부”가 걸어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