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낚는 어부

가톨릭부산 2015.10.15 04:47 조회 수 : 100

호수 2143호 2012.01.22 
글쓴이 박갑조 신부 

사람 낚는 어부

박갑조 세례자 요한 신부 / 맑은 하늘 피정의 집 관장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기 전에 그들은 ‘호수에 그물을 던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다는 말씀이지요.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마르 1, 17)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 부르심을 듣는 제자들의 지난날의 애환과 역사를 깡그리 무시한 채 당신 일만 생각하고 이르신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은 가난한 살림살이 중에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었음을 예수님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분은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가 물가에 사는 어부들이 그러하듯, 물때에 맞춰 호수에 나가 그물질을 하리라는 것도 미리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람 낚는 법은,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그 속을 이미 알고 계시는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소리 없는 알아챔 속에 함께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속을 깊이 헤아려주며 그 마음을 쓰다듬어주심으로써 그분은 사람들을 낚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사람 낚시법’이었거니와, 이것을 노자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하늘 그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얼금얼금 성기어도 놓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바로 이 ‘하늘 그물’로 그들의 마음도 몸도 다 얻으셨습니다.
이 ‘하늘 그물’에 걸려들면, 하느님이시며 사람이신 예수님 안에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체득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걸려든 그 그물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펼칠 줄 알게 됩니다. 예수님처럼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로 살면서, 다른 이들에게 같은 사랑의 그물을 던지고 낚아 올리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됩니다.
“그물을 버린다.”(마르 1, 18. 20 참조)라는 말의 뜻은, 그 사랑의 그물에 걸려든 결과,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온 이전의 삶의 태도를 버린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습니다. 말씀의 그물에 걸려 참 사랑을 체험하고 그래서 참 생명이 무엇인지도 알게 될 때, 비로소 자신의 이기심과 집착을 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그물에 걸리는 그 자리가 그물을 버리는 자리가 되며, 그물을 버리는 바로 그 자리가 바로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하는 자리가 됩니다.
예수님을 뒤따라가는 여정에서 베드로는, 지난날 오직 자신과 가족의 생계만을 염려하며 살던 삶의 자세가 저절로 정화되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의 폭이 타인들의 행복을 향해서도 펼쳐질 줄 알게 되는 것을 체험합니다. 그는 이제 이전과 똑같은 세상을 살건만, 자신이 보던 방식으로 더는 보지 않고, 스승이신 예수님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그분의 마음과 눈으로 자기의 역사와 지난 모든 세월의 인연들을 느끼고 바라보는 가운데, 주님께서 뜻하신 일들을 그분의 방식으로, 그분의 힘으로 몸소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 역시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을 낚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사람 낚는 어부”가 걸어가는 길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149호 2012.02.26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인 사순 시기 전열 신부 
2148호 2012.02.19  수용적 사랑과 희생 원정학 신부 
2147호 2012.02.12  우리는 주님의 손과 발입니다. 장훈철 신부 
2146호 2012.02.05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떤 사람인가? 박근범 신부 
2145호 2012.01.29  진정한 권위 고원일 신부 
2144호 2012.01.22  날 수 셀 줄 아는 슬기 노영찬 신부 
2143호 2012.01.22  사람 낚는 어부 박갑조 신부 
2142호 2012.01.15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노우재 신부 
2141호 2012.01.08  주님 공현(epiphania)의 의미는? 곽용승 신부 
2140호 2012.01.01  당신 마음 속에 이동화 신부 
2139호 2011.12.25  나의 주님으로 탄생하신 분이 어디에 계십니까? 손삼석 주교 
2138호 2011.12.18  하느님의 오심─ 우리에게는 큰 축복입니다. 도정호 신부 
2137호 2011.12.11  “당신은 누구요?”“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이세형 신부 
2136호 2011.12.04  요한과 예수님의 세례 신진수 신부 
2135호 2011.11.27  기다림의 삶 오용환 신부 
2134호 2011.11.20  하느님 자녀로서의 삶 전재완 신부 
2133호 2011.11.13  칭찬받는 신앙인 서강진 신부 
2132gh 2011.11.06  죽어서도 그리운 이름 김강정 신부 
2131호 2011.10.30  신독(愼獨)의 수양(修養) 차공명 신부 
2130호 2011.10.23  엽공호룡(葉公好龍)이어서야… 박혁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