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39호 2019.0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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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손삼석 주교 |
날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주님 부활의 은총
손삼석 요셉 주교 / 천주교 부산교구장
“저는 다시 살아나 여전히 당신 안에 있나이다. 알렐루야!”(시편 139)
주님의 부활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형제자매님들께 축하인사를 드리며,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 내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2019년 한 해를 ‘희망의 해’로 지내고 계시는 형제자매님들께 이번 부활 대축일은 더 큰 의미를 안고 다가왔습니다.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은총으로 우리도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 가운데에서 생명’을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고 체험한다는 것, 바로 이것이 부활의 은총입니다.
저는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가끔씩 교구청 뒷산으로 산책을 가곤 합니다. 지난 3월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뒷산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마침 그 전날 비가 내려 땅도 촉촉하고 한층 포근한 느낌이 들었고 날씨도 많이 풀려 그리 춥지 않았습니다. 반시간쯤 올라가면 나무의자가 하나 있는데, 그날 그 나무의자에 앉아 주변 나무들을 자세히 바라보니 나뭇가지에는 움이 트고 있었고 철쭉나무에는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했음을 발견했습니다. “어느새 봄이 오는구나. 아직도 추운 겨울인 줄 알았더니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봄이 오고 있었고 그런 기운들을 이 나무들이 먼저 감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빗방울이 적셔주고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면 죽은 것 같았던 나무들이 움을 틔우고 꽃망울이 맺는 것을 보면서 주님의 놀라운 섭리에 무한한 사랑과 감사를 느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힘과 의지만으로는 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연의 그 변화 안에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부활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승 예수님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고 모든 것이 다 죽은 것 같았던 날을 보내던 제자들이 다시 살아나신 주님을 만난 것이 바로 부활체험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체험한 제자들은 자신들이 이제껏 살아왔던 삶의 의미와 가치가 송두리째 달라짐을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죽음과 죄가 삶의 굴레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부활하신 스승 예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지금까지 다락방에서 두려움에 떨고 움츠리며 살았던 그 삶에서 벗어나 이제 당당하게 두려움의 다락방에서 뛰쳐나와 주님의 부활을 선포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야말로 부활의 삶이 큰 희망으로 그들에게 도래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삶이, 그때 제자들의 다락방의 삶과 같이, 춥고 어두운 겨울 한 가운데 있는 것 같아도 하느님의 사랑의 빗방울이 내리고 은총의 햇살이 우리들을 비추면 우리도 새롭게 봄을 맞아 일어나 ‘희망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 이것이 바로 부활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 주위에서 수없이 많은 부활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날마다 이것을 체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 시인은 부활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죽음은 멎고/슬픔은 쉬고/생명은 영글어 무성합니다./이것이 당신의 뜻입니다.”(김남조, “부활의 새벽”)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의 부활의 영광과 은총에 참여한 우리들이기에 항상 기쁨과 희망을 안고 살아갑시다. 우리 주위에서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힘든 삶을 사시는 분들이 절망에서 벗어나 희망에 넘친 부활의 삶을 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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