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당시의 농사법은 고온 건조한 기후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모판에서 이양하지 않고 마른 땅에 씨를 뿌렸습니다. 이같이 예수님은 좋은 땅 나쁜 땅 가리지 않고 똑같이 말씀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럼에도 말씀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이야기하신 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무심코 한 말이 사실로 되었을 때 쓰이기도 합니다. 말에는 일을 이루는 힘이 있고 능력이 있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하찮은 사람 말에 이런 힘과 능력이 있다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 말씀은 어떻겠습니까?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땅을 적시어 싹이 돋아나게 한다.”(이사 55,10 참조)라는 하느님 말씀이 꼭 그렇습니다. 하느님 말씀은 아무도 탓할 수 없는 좋은 씨앗입니다. 문제는 씨앗을 받아들이는 땅입니다. 씨앗을 받아들이는 땅이 좋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말씀의 씨가 아무리 위대하고 훌륭하다 해도 씨를 받아들이는 땅이 나쁘면 헛되고 헛된 일이 됩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는 말씀은,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여 열매를 맺으라는 뜻입니다. 귀 있는 사람이란 ‘말의 의미를 깨닫는 사람, 이해하는 사람, 경청하는 사람,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복음 말씀을 듣는 모두가 귀 있는 사람이기를 희망합니다. 숙달된 자동차 정비사는 차의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고장인지 알아냅니다. 훌륭한 지휘자는 수많은 악기 소리 중에서 잘못된 악기의 음을 알아듣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노력이 있었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소식에는 귀가 밝으면서도 수십 년 신앙생활에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귀가 어두운 신자분이 많습니다. 씨를 뿌렸다고 농사가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정성껏 돌봐야 합니다.
하느님 말씀의 씨앗은 수백 년의 박해와 코로나19에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열매를 맺느냐는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종류의 땅인지 생각하고, 기도로 거름을 충분히 주며 실천해야 합니다. 좋은 씨를 받았으니 좋은 열매를 맺는 하느님의 자녀들이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