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마태 11,25) 오늘 예수님께서 당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 당시 기득권을 가진 지방 유지나, 좀 더 가지고, 좀 더 배우고 좀 더 오래 살았다고 어깨에 힘주며 살아가는 사람들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보면서 ‘나이도 어린 것이, 배운 것도 없는 것이, 가진 것도 없는 것이, 세상 물정도 모르는 것이 뭘 안다고 떠들고 있나?’ 하며 세속적인 가치관에 사로잡혀 교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철부지’들은 누구를 말하겠습니까? 혹자들은 성경의 ‘철부지’를 생각 없이 살아가는 철딱서니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성경 원문의 ‘작은 이’라는 단어가 우리말로 옮겨지면서 ‘철부지’라는 단어로 번역이 되었습니다. 이 ‘작은 이’는 많이 가졌든 적게 가졌든, 많이 배웠든 적게 배웠든, 권력이 있든 없든, 나이가 많든 적든 세속적인 가치나 소리에 현혹되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가는 사람들 즉 ‘겸손한 사람’들입니다. 이 철부지들은 세속적인 가치관에 빠져 살아가는 지혜롭고 슬기롭다고 하는 교만한 자들로부터 조롱도 받고 손가락질도 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뽑은 제자들과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철부지들이기에 우리에게는 희망이 됩니다. 지금 나의 부족함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에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그분께 나아가는 통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은총과 사랑을 받고 있으며, 부족하기 때문에 하느님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이러한 철부지들에게 당신을 드러내 보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며 위로와 희망의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9-30)
철부지들이여, 똑똑하다는 사람들로부터 조롱과 손가락질 당하는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하느님 앞에 항상 부족하고 작은 자임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그 부족함을 채워 주시기를 청하며 주님께서 주시는 멍에와 짐을 기쁘게 지고 갑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