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불신앙에서 신앙으로 건너간 토마스 사도의 여정에 주목하라고 우리를 이끕니다. 복음이 전하는 토마스 사도의 신앙은 ‘영웅적’이고 ‘이상적’인 신앙이 아닌 ‘현실적’인 신앙입니다. 그의 신앙은 완전무결하지 않았습니다. 불신앙과 의구심이라는 어두운 시간을 관통해야 했습니다.
토마스 사도가 겪은 내적 과정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우리도 내면에서 불신앙과 의구심을 종종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믿음이 약하다고 느끼며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의 토마스 사도는 우리가 자신의 나약한 믿음에서 출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불신앙과 의구심이 믿음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이 아니라 딛고 나아가야 할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토마스가 살아 계신 주님을 뵙고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하고 신앙을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은 저항하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사도의 신앙을 우리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저항’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토마스 사도처럼 반신반의하는 우리 자신을 말입니다. 그 저항은 눈에 보이는 것에 만족하려 하고, 당장 주어지는 것에서 희망을 두려는 우리의 습성에서 비롯됩니다.
토마스 사도의 신앙 고백은 살아 계신 인격인 부활하신 예수님을 향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그 신앙의 길로 초대합니다. 부활하신 주님, 우리 안에 살아계신 그분께 마음을 두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실의에 빠져 좌절하고 절망하는 이유는 우리의 희망을 부활하신 주님이 아닌, 눈에 보이고 당장 주어지는 세상의 것에 마음을 두기 때문입니다. 부활 시기를 지내며 신앙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다가오시는 주님께 마음을 열고, 우리 자신의 삶을 그분께 온전히 ‘내맡기는 용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