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46호 2023. 3. 5 
글쓴이 조성윤 신부 

진정으로 사랑하면 보여주게 되는 것




 
조성윤 신부
대천성당 주임


 
   살아가면서 가장 큰 축복의 시간은 아마 서로 사랑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랑의 증상에 대해 기억이 나십니까? 물론 다 같은 기억은 아니지만 상대방에게 잘해주고 싶고, 상대방에게 맞추고 싶은 그런 종류의 기억은 다들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사랑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집중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경험을 해보지는 않으셨습니까? 왜냐하면 사랑하면 상대방에게 뭐든 주고 싶은데 모든 걸 주고 나면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만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사랑하게 되면 자신을 주기 위해 그동안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은 자기의 고유한 모습까지도 전적으로 상대방에게 보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번 주일 복음은 제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는 성경 구절로 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제자 세 명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시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습니다. 이를 우리는 흔히 주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변모는 여태 아무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도 이 모습을 보고 감당할 수가 없어 그만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변모를 이해하지 못할 것을 미리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스스로를 드러내 보이셨던 건 아마 그것이 그분의 본모습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구나 예수님의 모습이 변한 후 모세와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이때 베드로는 그 순간의 황홀함을 잃고 싶지 않아 초막 셋을 지어 선물해 드릴 테니 이곳에서 함께 지내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아마 그 순간에도 예수님은 이렇게 변모의 모습을 보여줘도 베드로가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할 만큼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계셨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본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셨던 이유는 그 모든 걸 넘어 제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설령 이해되지 못하고, 또 강하게 부인되고 배반 당할지라도 그것을 알면서도 사랑하기 때문에 나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마 우리는 이러한 그분의 사랑을 본받기 위해 교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우리는 이웃과 함께 살아가며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늘 기도하며 봉사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모습이 오늘 예수님이 보여주신 진정한 사랑의 모습으로 옮아가길 바라며 이번 한주도 서로를 더욱더 사랑하는 신앙인이 되길 함께 노력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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