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75호 2019.12.25 |
---|---|
글쓴이 | 권지호 신부 |
육화하신 하느님 사랑
권지호 프란치스코 신부 / 교구 총대리
아기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와 축복이 여러분에게 가득하길 빕니다. 가끔 해외 한인성당에 가보면, 이민 온 지 20년, 30년 된 신자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은 그 나라 기후에 적응하고 그 나라 법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이국땅에 살면서도 한국의 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김치와 된장을 먹고, 우리나라 좋은 풍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도 천국에서 이 땅으로 이민 오신 것과 같습니다. 천국에 계셨던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말을 하고 사셨지만, 천국의 문화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천국의 문화를 이 땅 위에 심기 위해 오늘 탄생하신 것입니다.
그 천국의 문화는 사랑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땅에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을 가져오신 것입니다. 이 무한한 사랑을 가져오신 주님의 모습이 왜 그렇게 가난한지 필립비서가 아름답게 설명합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6~7)
예수님께서 가져온 천국의 사랑은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사랑입니다. 상대방을 섬기기 위해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것입니다. 이 사랑으로 우리는 구원받은 것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얼마나 은혜로우신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부요하셨지만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분이 가난해지심으로써 여러분은 오히려 부요하게 되었습니다.”(2코린 8,9)
이 성경 말씀대로, 가난한 우리의 모든 비극과 아픔을 없애고 오직 행복만을 주기 위해서 주님께서 가난하게 탄생하신 것입니다. 이 성탄의 비밀은 우리가 노력해서 이 행복을 쟁취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자청해서 우리를 찾아와 거저 주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한없는 자비요 성탄의 축복입니다.
이제 매일 말씀과 성체로 주님은 계속해서 우리 가운데 탄생합니다. 우리도 주님의 그 비우는 사랑으로 형제와 교회를 섬길 수 있게 말입니다. 이 섬기는 사랑으로 하느님과의 일치가 이루어지고 그분 사랑이 우리 사이에 완성되도록 오늘 주님께서 탄생하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한 4,12)
이렇게 오늘 아기 예수님이 가져오신 천국의 평화와 축복이 우리에게 가득히 내리길 빕니다. 아멘.
호수 | 제목 | 글쓴이 |
---|---|---|
2770호 2023. 8. 13 | 한시도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시는 그분 | 강종석 신부 |
2769호 2023. 8. 6 | 다시 산에서 내려가자. | 김정호 신부 |
2768호 2023. 7. 30 | “숨겨진 보물과 상처” | 배상복 신부 |
2767호 2023. 7. 23 | “내버려 두어라.” | 이석희 신부 |
2766호 2023. 7. 16 |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 김성남 신부 |
2765호 2023. 7. 9 | 철부지와 함께하시는 예수님 | 박재구 신부 |
2764호 2023. 7. 2 | 교황 주일을 지내며 | 임영민 신부 |
2763호 2023. 6. 25 | 화해와 일치 | 이성균 신부 |
2762호 2023. 6. 18 | 선발 기준 | 윤용선 신부 |
2761호 2023. 6. 11 |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요한 6,51) | 김두윤 신부 |
2760호 2023. 6. 4 | 삼위일체 신비는 실천교리입니다. | 조성제 신부 |
2759호 2023. 5. 28 | ‘성령의 세례’로 교회가 탄생하니 … | 박상대 신부 |
2758호 2023. 5. 21 |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 최승일 신부 |
2757호 2023. 5. 14 | 성령은 사랑입니다 | 오창일 신부 |
2756호 2023. 5. 7 | 더 큰 것을 바라봄 | 이병주 신부 |
2755호 2023. 4. 30 | 주님의 부르심 | 예정출 신부 |
2754호 2023. 4. 23 | 성찬례 -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장소 | 신요안 신부 |
2753호 2023. 4. 16 | 주님께로 향한 신앙 | 문성호 신부 |
2752호 2023. 4. 9 | 부활은 사랑의 열매입니다. | 손삼석 요셉 주교 |
2751호 2023. 4. 2 | 예루살렘 입성 -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여정 | 김석중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