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어라
박재범 라파엘 신부 / 개금성당 주임
오늘부터 교회는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합니다. 전례력이 우리 세속의 달력처럼 1월 1일에 시작하지 않고 대림 시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부터 출발하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의 아들 메시아, 즉‘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시기로 약속하셨고, 약속대로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화려하고 웅장하게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신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로, 유다의 한 여인을 선택하시어 다윗 가문에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이 그리스도의 탄생은 새로운 구원 사건의 출발점이 되었고, 오늘 우리 삶에서 끊임없이 묵상해야 하는 신약의 초대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인 마르코 13장 33∼37절은 다섯 절밖에 되지 않지만 예수님께서는“깨어 있어라.”라는 말씀을 네 번이나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네 번이나“깨어 있어라.”라고 강조하신 것은‘그때’가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에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들에게 권한을 맡긴 주인이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깨어 있어야 한다는 비유를 들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언제 오실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우리는 충실한 종으로서 예수님을 맞이해야 하는 것입니다. 신앙인으로 깨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는 세상으로부터도 깨어 있어야 합니다. 거짓된 진리로부터 깨어 있어야 하고, 우리를 현혹시키고 유혹하는 수많은 세속적인 것들부터 깨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수많은 걸림돌로부터도 깨어 있어야 합니다.
“깨어 있음”은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에서‘아버지의 뜻’이 ‘내 삶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청하는’깨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깨어 있음은 기도와 회개로 내 삶의 중심에 예수님을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믿고 실천하는 것은 내 뜻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아버지의 뜻을 찾고 하느님께 옮아감을 의미합니다. 아버지의 뜻이란 바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며, 생명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깨어 있는 삶”은 내 십자가를 짊어지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며, 게으름과 편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철저한 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늘 깨어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비록 이 싸움을 하는 동안 지쳐 쓰려졌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의 아들 메시아를 보내셨고, 약속하신 성령을 보내주셨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