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51호 2015.10.25 
글쓴이 심원택 신부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심원택 토마스 신부 / 수영성당 주임

 

  우리는 많은 것을 보며 살아가면서도 또한 많은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보지 않고 살아갑니다. 왜냐하면 보는 것은 관점을 지니고 있으며, 그 구조적 한계로 인하여 동일한 것을 달리 보거나 보지 못하는 그늘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만을 보려는 경향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보아야 할 것까지도 보지 않거나, 보지 못하는‘소경과 같은 삶’을 살아가게 합니다.

 

  예루살렘을 향한 예수님의 마지막 여정인 예리코에서 만난 소경 바르티매오. 그는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리를 듣고, 그분을 꼭 만나 뵙고 싶었던 이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잠자코 있으라고 꾸짖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큰 소리로 외칩니다. 비로소 예수님께서 길을 멈추시고 그를 부르시자, 겉옷을 챙길 여지도 없이 서둘러 예수님께로 달려갑니다. 그리고는 분명하고도 확신에 찬 믿음으로 자신의 소망을 예수님께 청합니다.“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예수님께 매달림으로써 구원의 길로 들어선 바르티매오의 믿음은 커다란 신뢰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님만이 자신의 두 눈을 뜨게 해 주실 수 있다는 맹목적인 신뢰는 자비를 간청하는 외침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용기를 갖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자신을 부르신 그 순간, 지금껏 자신의 모든 것이었고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겉옷을 벗어 던집니다. 예수님 앞에서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해졌던 것입니다. 비로소 예수님은“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눈을 뜬 바르티매오는 예수님을 따라 예루살렘을 향해 나아갑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 나오는 소경 바르티매오의 치유는 예레미야의 예언이 성취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으며(제1독서), 예수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에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사제이신 예수님을 통한 구원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오늘 바르티매오가 보여준 믿음과 신뢰를 본받아야 합니다. 비록 허물이 많아 주님 앞에 나올 자격도 없지만, 그분의 자비는 내 허물보다 크기에“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쳐야 합니다. 아집과 교만, 위선의 겉옷을 용기 있게 벗어 버리고, 안주하며 안락을 구걸하던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눈을 뜨게 해 주십사고, 마음의 눈이 멀어 보고도 못 본체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보는 눈을 주십사고 간절히 청해야 하겠습니다.“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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