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자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잘못했을 때 단둘이 만나서 그를 타이르고, 그래도 듣지 않으면 한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고, 그들의 말도 듣지 않으면 교회에 알리고, 그래도 안 들으면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고 하십니다. 형제를 쉽게 내쳐 버릴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얻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며, 형제에 대한 깊은 사랑의 마음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 자체만 떼어 놓고 보면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마치 나는 아무 잘못도 없고 상대방만 잘못한 것으로 몰아가는 듯합니다. 모든 것이 그의 잘못이고, 그래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이르고, 또다시 몇몇이 힘을 모아서 그의 잘못을 충고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교회의 이름으로, 마침내는 그를 내치라는 것이지요. 사람을 구하고 살리는 수순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판단하고 내치는 수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오늘 복음 구절의 전후 문맥을 살펴보면 곧바로 풀립니다. 먼저 18장 시작 부분에서 예수님은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8절부터는, “네 손이나 발이,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고 하셨고, 이어지는 10절부터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씀과, 길 잃은 양을 되찾아 오듯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고, 형제를 업신여기지 말며, 온 마음을 다해서 다른 이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이어서 오늘 복음 말씀 즉 형제가 죄를 지으면 깨우쳐 주라는 것과,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는 말씀으로 이어집니다. 구구절절이 형제를 사랑하고 그를 받아들이고 더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사람을 내치려는 수순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구하고 살리는 수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는 결코 일방적일 수 없으며 누구도 다른 형제의 잘못을 판단하고 규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모습을 먼저 돌아보고 자신을 낮추어 겸손한 마음으로 형제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잘 받아들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