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눗셈(÷)과 나누기

가톨릭부산 2019.07.31 09:42 조회 수 : 89

호수 2554호 2019.08.04 
글쓴이 강인구 신부 

나눗셈(÷)과 나누기
 

강인구 신부
 

  산수의 기본, ‘사칙연산’을 화두로 해서 복음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초등학교 산수 시간, 우리는 1, 2, 3 ... 숫자의 개념을 배웁니다. 그런 다음 사칙연산(가감승제) -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배웁니다. ‘더해지는 것’과 ‘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알고, 그다음에 배우는 것이 몇 배수로 늘어나는 ‘곱하기’이고, 가장 마지막에 배우는 것이 ‘나누기’입니다. 아마도 사칙연산 중에 ‘나누기’가 제일 어려워서 그런가 봅니다.

   그러면 재미 삼아 잠시 초등학생 때 배웠던 가벼운 산수 문제를 내보겠습니다. 111 × 3 얼마입니까?? 111 ÷ 3 은 얼마일까요??

   곱해져서 확 불어나는 건 빠른데, 나누어져 작아지는 건 느린 우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가진 것이 이자가 붙듯이 곱해지고 더해지는 건 즐기고 기뻐하지만, 나누고 작아지는 것은 싫어하고 잘 못 하고 살아갑니다. 산수에서의 나눔도, 삶에서의 나눔도...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것인가 봅니다.

   두 가지의 행복이 있습니다. 가진 것을 늘려가고 몸집을 불려가며 느끼는 행복이 있고, 나누고 작아짐으로 인해 느끼는 행복도 있습니다. 나는 어떤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쯤에서 오늘 복음의 말씀을 던집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루카 12,15)

   우리가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단어는 ‘탐욕’이요, 새겨야 할 것은 끝없는 더하기와 곱하기가 우리들의 생명을...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이 기대야 할 곳은 ‘내 곳간의 재물’이 아니라, ‘하느님’이어야 합니다.

   그런 하느님은... 곳간을 헐어 더 큰 곳간을 지으라 하시지 않고, 그 곳간을 헐어 ‘나누기’ 하라 하십니다. 이 나눔이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는 방법이고, 내가 들어가기에는 아직도 좁기만 한 하늘나라의 문을 넓히는 방법임을 가르치십니다. 점점 각박해지고, 흉흉해지는 요즘, 하느님을 믿는 우리가 해야 할 산수는 더하고 곱하기가 아닌 작아지고 나누는 것임을 되새깁니다.

   잠시 내 삶을 돌아보며, 더하고 곱하며 엉뚱한 곳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를 살피며, 빼기와 나누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짐하셨으면 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790호 2023. 12. 25  가장 외로운 때에 가장 어둡고 힘든 그곳에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신호철 주교 
2789호 2023. 12. 24  두려움을 극복할 힘을 주님에게서 찾습니다. file 김정욱 신부 
2788호 2023. 12. 17  당신은 누구십니까? file 오창근 신부 
2787호 2023. 12. 10  기다리는 마음 자세와 태도 file 최성철 신부 
2786호 2023. 12. 3  대림 - 기다림과 희망 file 손원모 신부 
2785호 2023. 11. 26  우리들의 통치자 file 이민 신부 
2784호 2023. 11. 19  사랑의 능력 file 김성한 신부 
2783호 2023. 11. 12  등(燈)을 채웁시다. file 김현영 신부 
2782호 2023. 11. 5  섬기는 자의 위대함 file 윤명기 신부 
2781호 2023. 10. 29  참 사랑의 힘 file 경훈모 신부 
2780호 2023. 10. 22  우리의 사명 file 조동성 신부 
2779호 2023. 10. 15  “어서 잔치에 오시오.” file 김성규 신부 
2778호 2023. 10. 8.  내 뜻을 비운 자리 file 이윤벽 신부 
2777호 2023. 10. 1  “니는 대답은 잘도 한다.” file 전동기 신부 
2776호 2023. 9. 24  예수님의 셈법과 세상의 셈법 file 전수홍 신부 
2775호 2023. 9. 17  하느님의 밀알 file 유영일 신부 
2774호 2023. 9. 10  구하고 살리는 길 file 임석수 신부 
2773호 2023. 9. 3  주님을 따르는 진정한 길이란? file 오창열 신부 
2772호 2023. 8. 27  주어진 운명대로 file 임형락 신부 
2771호 2023. 8. 20  믿음과 구원 file 김영규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