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56호 2025. 2. 9. 
글쓴이 신기현 신부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치겠습니다.”

 
신기현 시몬 신부
광안성당 주임
 
   낚시를 해 본 분들 특히 낚시 전문가들은 잘 아실 겁니다. 물고기가 잘 잡히는 물때를 맞춰 낚시해야 함을 말입니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 상황을 잘 이용해서 고기를 잡는 전문가 베드로가 오늘 복음에 나옵니다. 또한 베드로는 계절에 따라, 낮과 밤에 따라 고기 떼가 어디에 어떻게 몰려 있는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경험을 통해 밤새도록 온 호수를 누비고 다니며 그물을 던졌지만 고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지치고 낙담한 베드로였습니다. 이때 고기잡이에 대해서는 아마도 잘 모르는 목수의 아들 예수님께서 다시 그물을 치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곧바로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릅니다. 그대로 했더니 정말 엄청난 고기가 잡혔고, 이를 두 눈으로 본 베드로는 두려움에 떨며 예수님 발 앞에 엎드려 고백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1,8)라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전능 앞에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을 베드로는 순간적으로 체험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기적이 드러날 수 있었던 동기는 예수님께 대한 베드로의 신뢰 때문입니다. 만일 베드로가 자기 경험과 지식과 기술만을 믿고, 예수님 말씀을 무시하고, 배에서 내려 버렸다면 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때때로 베드로와 같은 체험을 하곤 합니다. 나름대로 성실히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를 하거나, 모든 일이 허사가 되는 경험도 할 때가 있습니다. 또 온 힘을 다해서 노력했는데도 그 결과로 안 좋은 상황과 좌절만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복음은 우리가 주님과 함께하면서 충실히 따를 때 풍성한 수확을 얻을 수 있음을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지친 베드로에게 힘과 용기를 주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렇게 해 주실 겁니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나의 지식과 경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치겠습니다.”(루카 1,5)라는 베드로의 말처럼 우리 역시 그런 고백을 통하여 주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의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님의 뜻을 온전히 받드는 겸손의 모습이 필요할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참된 신앙인의 삶은 시작될 것입니다. 
 
   내 지식과 경험을 믿고, 내 판단만을 고집하는 것은 자만이고, 나의 지식에 따른 삶이지, 진정 주님의 이끄심에 따르는 신앙의 삶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이 깨달음을 하느님 나라에 가기 전에 제대로 찾아 나아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누리는 기쁨을 만끽하도록 다 함께 노력합시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56호 2025. 2. 9.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치겠습니다.” file 신기현 신부 
2855호 2025. 2. 2  참된 봉헌은 자기비움 입니다. file 장훈철 신부 
2854호 2025. 1. 29  깨어 있음 박근범 신부 
2853호 2025. 1. 26  진실의 시선 file 박근범 신부 
2852호 2025. 1. 19  정화를 통한 축복 file 고원일 신부 
2851호 2025. 1. 12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file 박갑조 신부 
2850호 2025. 1. 5  “엎드려 경배하였다.” 노우재 신부 
2849호 2025. 1. 1  한 해를 시작하며... file 최재현 신부 
2848호 2024. 12. 29  모든 가정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최재현 신부 
2847호 2024. 12. 25  예수님의 성탄 선물은 바로 ‘희망’입니다. file 손삼석 주교 
2846호 2024. 12. 22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짐을 믿는 여러분! file 곽용승 신부 
2845호 2024. 12. 15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file 이동화 신부 
2844호 2024. 12. 8  하느님을 향한 삶의 방향 전환 file 강헌철 신부 
2843호 2024. 12. 1  늘 깨어 기도하고 하느님의 선하심을 실천합시다. file 강병규 신부 
2842호 2024. 11. 24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file 신동원 신부 
2841호 2024. 11. 17  지금, 여기에서 file 도정호 신부 
2840호 2024. 11. 10  “잘 사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file 이세형 신부 
2839호 2024. 11. 3  사랑의 착각 file 신진수 신부 
2838호 2024. 10. 27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file 오용환 신부 
2837호 2024. 10. 20  주님과의 삶의 여정 file 전재완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