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65호 2019.1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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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노영찬 신부 |
전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전합니다
노영찬 세례자 요한 신부 / 부산가톨릭의료원장
언젠가 본당의 구역모임에서 각자 신자가 된 동기에 대해서 환담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전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성당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들은 신앙생활이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자각과 선택에 의한 결단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믿음의 지식, 영성적 활력, 실천적 열매 등의 기준에 비추어 자신은 많이 부족하기에 다른 이들에게 전교할 자신감이나 의지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과 태도는 이 시대 한국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길은 이 세상 누구도 줄 수 없는 충만한 기쁨과 평화를 맛보는 은혜의 길입니다. 그럼에도 넓고 편안한 길이 아니라 감당하기에 너무나 좁고 어려운 길이기도 합니다. 이점은 사도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면서 깊은 어둠의 십자가와 찬란한 부활의 영광을 함께 체험하면서 믿음을 새롭게 키워나간 사도들에게 예수님은 온 세상에 가서 자신들에게 전해진 구원의 기쁜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가르치라고 명령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믿음을 강화하고 성장시키는 길은 자신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는데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한 그루의 나무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열매를 맺고 씨앗을 뿌려 함께 숲을 이뤄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남에게 진리를 전하는 일은 대단히 힘겹지만,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진리를 전하는 사람 본인이 그 진리의 빛을 먼저 받습니다. 그리고 그 빛은 더 크게 확대되고 세상은 더 밝아집니다. 사실 우리는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배웁니다. 단순한 정보나 단편적인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실존적인 믿음의 증언과 고백의 표현인 전교는 더욱 그렇습니다. 전교활동에는 자신이 무엇을 믿고 바라며, 다양한 삶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는가를 신앙 공동체 안에서 활발히 나누는 과정을 담아야 합니다. 이렇게 전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전할 때, 전교야말로 진정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며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생생한 사랑의 행동임을 절감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 은혜로운 명령을 기꺼이 수행하도록 불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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