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64호 2019.1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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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평겸 신부 |
감사하는 마음의 필요성
김평겸 신부 / 장산성당 주임
나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최소의 기본권조차 박탈당하는 병이었습니다. 이 병이 끔찍한 불행인 것은 하늘이 주신 벌이라고 말하면서 환자를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소외시키고, 또 그 전염성으로 말미암아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소외시켜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나병은 부정(不淨)입니다. 즉,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아 죄인, 곧 더러운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레위 13,44~46) 따라서 율법은 부정한 이들과 신체적 접촉을 금합니다. 접촉을 한 사람도 부정한 사람, 곧 죄인으로 취급당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런 나병 환자 열 사람이 예수님께 치유를 받고 몸이 깨끗해졌다고 합니다. 그들은 분명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처럼 놀라운 기쁨으로 가득 찼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이방인이었던 사마리아 사람 한 사람만이 큰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한탄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열 사람이 깨끗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아홉은 어디에 있느냐?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나병 환자에 대한 예수님의 이 물음은 우리 모두를 향한 물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성사를 통해서, 나병 환자처럼 더럽고 흉한 죄악으로 물든 우리의 영혼을 깨끗하게 해 주시고, 당신의 자녀로 새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면서도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세례성사 이후에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삶을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까?
우리는 하느님을 찬양하며 감사를 드리러 돌아온 한 사람입니까, 아니면 돌아오지 않은 아홉 명 중의 하나입니까?
감사하는 마음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모든 그리스도인의 필수적인 삶의 양식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감사를 드리러 돌아온 이방인 나병 환자에게 하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축복의 말씀을 주십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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