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63호 2019.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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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영호 신부 |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교구를 봉헌하면서
김영호 신부 / 좌동성당 주임
터키의 이슬람교도들은 16세기에 교회가 동서로 분열된 틈을 타서 그리스도교의 중심인 로마를 정복하기 위하여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이때 교황 비오 5세(1566∼1572)는 모든 그리스도국의 제왕들과 함께 공동 방어를 다짐하고 연합군을 편성하였습니다. 동시에 현실적으로 약세인 것을 인정하고 특별히 모든 신자들에게 묵주 기도를 바치길 청하며 성모님께 간절히 의탁하였습니다. 1571년 10월 7일 성모 마리아에게 묵주 기도를 바치며 전쟁터에 나간 그리스도교 연합군은 코린토만의 레판토(Lepanto)에서 대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 전승을 기념하기 위하여 비오 5세 교황은 10월 7일을 ‘승리의 성모 축일’로 제정하였고 몇 년 뒤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이름이 고정되었습니다.
우리 부산교구는 1957년 1월 21일 대구대교구에서 분리되어 부산과 경남 일원을 관할하는 교구로 설정되었습니다. 초대 교구장 최재선 요한 주교님께서는 부산교구를 묵주 기도의 성모님께 봉헌하고 묵주 기도의 성모 축일을 ‘교구 수호 축일’로 제정하였습니다. 최 주교님이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교구 수호 성인으로 정하신 이유는 부산교구가 처한 상황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부산·울산 등 바닷가를 끼고 있는 도시의 특징은 불교, 그것도 점, 굿 등 미신과 무속신앙을 받아들인 대중불교가 굉장히 성행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바다의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미신이 뿌리 깊게 박혀있어 그리스도교 선교가 잘 안되는 곳입니다. 실제로 부산, 울산은 전국적으로 그리스도교 교세가 가장 약한 곳입니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 자리 잡은 우리 부산교구는 미신과 싸워서 이겨야 하기에, 레판토 해전에서 군사적으로 더 강한 이슬람교를 물리치고 승리로 이끈 묵주 기도의 성모님을 수호 성인으로 모셨다고 생각됩니다.
아직까지도 미신과 악의 세력이 맹위를 떨치는 부산·울산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우리는 열심히 묵주기도를 바치며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도우심을 간청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오늘 군인 주일을 맞이하여 일선과 전후방 곳곳에서 국토방위에 여념이 없는 모든 국군 장병들을 위해,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젊은 병사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군종신부님들을 위해서도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님의 보호하심과 도우심을 빌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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