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종의 시중을 드는 이유
이장환 신부
화명성당 주임
오늘은 설입니다. 음력 즉 달의 ‘차고 기움’을 시간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온 우리 민족이 새해를 맞이하는 날입니다. 조상을 기억하며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덕담을 주고받는 우리 민족의 큰 명절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스도인들이 복을 받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통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늘 준비하고 깨어 있으면서 주님께서 우리 삶의 주인임을 잊지 않고 살아라(복음), 우리 삶의 주도권이 우리 자신에게 있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며 살아라(제2독서), 우리가 이웃에게 먼저 하느님의 복을 빌어주라(제1독서). 그러면 그 복은 곧 우리에게 돌아와 우리 역시 복 받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복음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 깨어 있는 종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라며 주인의 황송한 시중을 받는 종들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시중들고 있는 주인의 모습에서 사랑을 베풀고 있는 아버지의 흐뭇한 모습이 떠올려지지 않습니까? 주인의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라고 말해야 하는 종의 신분이지만 수고로웠을 종들을 배려하여 띠를 매고 시중드는 주인의 행동이 진정 행복해 보입니다. 이는 우리가 말로만 ‘복을 빌어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복 받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하고, 누군가가 복 받음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의 행동, 봉사의 행동, 베풂의 행동을 해야 함을 주인이 몸소 보여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되돌려주실 복은 우리가 한 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한 행위 덕분임을 알려주시는 것이 아닐까요!
올 한 해는 우리 삶의 주도권을 온전히 주님께 맡기며 내 이웃이 복 많이 받음을 느끼게 해주는 행동들로 더 많이 채울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이런 삶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여러분들과 여러분들의 가정에 축복을 가득 내려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