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28호 2019.0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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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재석 신부 |
열린 귀, 열린 마음
이재석 신부 / 화봉성당 주임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노래를 부를 때는 목소리를 내기 전에 먼저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합창을 할 때에도 내 목소리를 앞세우기보다는 타인의 소리를 듣는 귀가 필요하지.” 돌이켜보면 선생님의 말씀은 ‘노래는 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귀로 부르는 것’ 이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제대로 들을 줄 아는 귀에 대해 생각할 때면 그 말씀이 떠오르곤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회당에 들어가시어 이사야서의 말씀을 통해 당신께서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밝히시며(루카 4,18~19)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0)라고 선포하십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신의 고집으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이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은 메아리에 불과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깨닫지 못하고 그분께서 일으키신 놀라운 표징까지도 의심합니다. 더 이상 예수님의 말씀은 들리지 않았고 결국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며 예수님을 공격하기에 이르지요. 하느님께 나아가지도, 성장하지도 못한 채 은총에서 더욱 멀어지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선입견과 고집으로 인해 귀를 닫고 마음을 닫아버린 우리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혹시 하느님의 말씀 앞에서도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거나 마음을 닫아 버린 채 자신의 생각에 갇혀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마음의 문을 닫은 그들이 주님의 말씀을 들으려 하지 않았던 것처럼 시기와 질투로 하느님과 이웃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내가 쌓아 올린 편견과 불신의 벽이 하느님의 은총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에게는 참으로 열린 귀와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렙타의 과부와 시리아 사람 나아만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열린 마음으로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그들이 예언자의 말을 듣고 따랐을 때 축복과 치유를 받았던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때 은총 속에 머무를 것입니다. 또한 가족과 이웃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께도 귀 기울인다면 주님은 분명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실 것입니다. 저뿐 아니라 하느님을 믿는 모든 분들이 들을 줄 아는 귀와 열린 마음으로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은혜로운 해’를 맞이하시도록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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