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고 싶다

가톨릭부산 2018.11.07 10:21 조회 수 : 136 추천:1

호수 2514호 2018.11.11 
글쓴이 김인한 신부 

절하고 싶다
 

김인한 신부(우리농살리기 담당)
 

   산길을 걷다 보면 문득 피어있는 자그마한 꽃들을 보며, 그 숨 막히게 있는 힘껏 피워내는 아름다움을 통해 생명이 자신을 봉헌하며 그분을 찬미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성찰하게 합니다.
   사람의 눈이 닿지 않음에도,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소박함에도 자신의 존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는 그 작은 꽃 앞에서 절하고 싶었습니다. 그 여린 봉헌은 과부의 봉헌과 닮아있었습니다.
   살아가다 문득 만나게 되는 자신만의 두려움과 약함들, 상처로 인해서 많은 경우 온전히 살지 못하고, 적당하게, 또는 소위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도저도 아니게, 한순간 바스러질 것만 같은 삶을 위태롭게 견뎌나갈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더한다해서 충만하거나, 행복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불안하기만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내면 그 안에서 스스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건 자신의 시간도 아니고, 내가 아닌 것들을 그저 채워놓은 시간뿐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믿음의 길에 두 가지 길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다하는 전부(全部), 혹은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는 전무(全無). 이 이외의 길은 없습니다. 그분께 가까이 가는데 다른 방법과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복음의 소박한 한 여인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자신의 생각, 욕심, 판단, 그리고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말입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온전히 하느님을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비워지지 않은 곳에 들어갈 자리란 없습니다. 자신의 것으로 가득한 이의 삶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머물 순 없습니다. 
   성모님과 같이 오늘 복음에서 한 여인의 봉헌은 무모하고, 세상의 눈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교회는 지극히 작은 이들이 그분 때문에 죽어도 좋다며 자신을 내어던지고 선포하는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그분께 자기 생명을 내어놓음으로 인해 자유와 생명을 맛보았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느님만으로 행복한 이들,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이름 부릅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름이길 청해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10호 2024. 4. 28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다 쳐 내신다. file 주영돈 신부 
2809호 2024. 4. 21  착한 목자의 삶 file 박상운 신부 
2808호 2024. 4. 14  예수님, 감사합니다! 장재봉 신부 
2807호 2024. 4. 7  질문하는 사람, 토마스 file 홍경완 신부 
2806호 2024. 3. 31  빈 무덤 -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보는 곳 file 신호철 주교 
2805호 2024. 3. 24  마음 안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웁시다. file 한건 신부 
2804호 2024. 3. 17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 file 김명선 신부 
2803호 2024. 3. 10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 file 심원택 신부 
2802호 2024. 3. 3  “성전을 허물어라.” file 김경욱 신부 
2801호 2024. 2. 25  세례받은 자, 본래의 모습으로 file 이성주 신부 
2800호 2024. 2. 18  광야와 인생 file 김무웅 신부 
2799호 2024. 2. 11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file 박명제 신부 
2798호 2024. 2. 10  주인이 종의 시중을 드는 이유 이장환 신부 
2797호 2024. 2. 4  사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file 이장환 신부 
2796호 2024. 1. 28.  사랑의 권위 file 백성환 신부 
2795호 2024. 1. 21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file 박경빈 신부 
2794호 2024. 1. 14  “와서 보아라.” file 우종선 신부 
2793호 2024. 1. 7  잠 못 이루는 예루살렘 file 장세명 신부 
2792호 2024. 1. 1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수락 신부 
2791호 2023. 12. 31  아름다운 가정 file 이수락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