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제자가 아니오.

가톨릭부산 2015.10.13 07:16 조회 수 : 35

호수 2065호 2010.09.05 
글쓴이 임영민 신부 

내 제자가 아니오.

임영민 안드레아 신부 / 대천성당 주임

어떤 사람이 훌륭한 한 학자에게 한 젊은이에 관해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신의 제자 중 한 사람이라고 이러한 말을 하더군요.”라고 그가 말했을 때 그 학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가 내 강의에 출석은 했을지 모르지만 내 제자가 아니오.” 강의에 출석하는 것과 제자가 된다는 것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 동행하던 군중을 향하여 참 제자 되는 지혜의 말씀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처자가 형제 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마태 14, 26) 어떻게 사랑하는 가족들과 자신을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서 미워하다는 말은 심리적 미움이 아니라 예수님께 절대적인 우선권을 주는 완전한 위탁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모국어인 아람어나 히브리어에서는 비교급이 없기 때문에 덜 사랑하다란 의미를 종종 미워하다란 말로 표현합니다. 때문에 여기서 예수님을 더 사랑하기 위해 가족과 자기 자신을 덜 사랑해야 한다는 비교적 의미로 해석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마태 14. 27) 여기서 “십자가를 짊어지다”는 십자가를 소중한 보물로 알고 품에 안고 따라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모든 십자가가 마지막 주님 심판대 앞에서는 천국 문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보물로 바뀌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나의 제자가 되려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버려야 한다.”(마태 14.33) 아프리카의 어느 곳에서는 원숭이를 잡을 때 항아리 안에다 과일을 넣고 기다린다고 합니다. 항아리 입구는 손이 겨우 들어 갈 수 있지만 항아리 안에서 과일을 잡았을 때는 손을 빼지 못하는 작은 입구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항아리 덫을 설치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원숭이가 과일을 먹기 위해 항아리 안에 손을 넣게 되고 사냥꾼이 와도 움켜잡은 과일을 절대 놓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원숭이 사냥을 한다고 합니다. 원숭이는 자기가 움켜잡은 과일을 포기하지 못해 자신의 생명을 사냥꾼에게 내어 주는 것처럼 우리 자신들도 물질 우상의 덫이나 명예, 교만의 덫에 걸려들 때 원숭이의 꼴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입니다.

성당에서는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며 참 예수님의 제자로 보이지만 성당 문만 나서면 무늬만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교우들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해 "미사에는 참석했을지 모르지만 내 제자가 아니오”라는 말씀을 듣지 않기를 바라며 예수님을이내 영혼의 첫 자리를 차지하게 하고 매일 지고 가는 십자가를 소중한 하느님의 선물로 여기며 이기주의적인 탐욕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나서는 참 제자의 길을 나설 수 있게 주님의 은총을 청해 봅니다.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810호 2024. 4. 28  열매를 맺지 않는 가지는 다 쳐 내신다. file 주영돈 신부 
2809호 2024. 4. 21  착한 목자의 삶 file 박상운 신부 
2808호 2024. 4. 14  예수님, 감사합니다! 장재봉 신부 
2807호 2024. 4. 7  질문하는 사람, 토마스 file 홍경완 신부 
2806호 2024. 3. 31  빈 무덤 -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보는 곳 file 신호철 주교 
2805호 2024. 3. 24  마음 안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웁시다. file 한건 신부 
2804호 2024. 3. 17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 file 김명선 신부 
2803호 2024. 3. 10  구원은 하느님의 선물 file 심원택 신부 
2802호 2024. 3. 3  “성전을 허물어라.” file 김경욱 신부 
2801호 2024. 2. 25  세례받은 자, 본래의 모습으로 file 이성주 신부 
2800호 2024. 2. 18  광야와 인생 file 김무웅 신부 
2799호 2024. 2. 11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file 박명제 신부 
2798호 2024. 2. 10  주인이 종의 시중을 드는 이유 이장환 신부 
2797호 2024. 2. 4  사실 나는 복음을 선포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file 이장환 신부 
2796호 2024. 1. 28.  사랑의 권위 file 백성환 신부 
2795호 2024. 1. 21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file 박경빈 신부 
2794호 2024. 1. 14  “와서 보아라.” file 우종선 신부 
2793호 2024. 1. 7  잠 못 이루는 예루살렘 file 장세명 신부 
2792호 2024. 1. 1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이수락 신부 
2791호 2023. 12. 31  아름다운 가정 file 이수락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