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주신 분

가톨릭부산 2015.10.13 06:53 조회 수 : 103

호수 2062호 2010.08.15 
글쓴이 윤용선 신부 

희망 주신 분

윤용선 바오로 신부 (수영성당 주임) sarangyoon@hanmail.net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며 ‘희망’을 생각한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늘로 올림(구원)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다. 이 희망이 나의 것 되기 위해서는, 나도 사명 받은 지상에서의 삶에서 성모님처럼 살아야 함이 전제된다. 그런데 막상 성모님처럼 살아야 한다니 ‘힘들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나 같은 사람을 성모님과 감히 비교한다는 것 자체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성모님의 삶을 다시금 헤아려 보니, 그분은 나에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아닌 ‘멀리 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이시다. 그리고 이것이 은혜로운 것은, 그분께서 당신의 희망을 나의 희망 되게 해 주시며, 나의 희망이 실현 될 수 있게 격려해 주시기 때문이다. 성모님께서는 나처럼 부족함을 지닌 인간이셨으나, 그분의 삶은 여러 어려움(마태 2, 13; 루카 2, 7. 35. 48; 요한 19, 25 참조) 가운데서도 믿음으로써 주님을 향해 거듭 나아갔다. 그분의 신앙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라기보다는 갖가지 장애와 혼란을 극복하고 완성(승천)으로 향하였다.

두 가지 주제, 즉 ‘마리아의 엘리사벳 방문’(루카 1, 39∼45. 56)과 ‘마리아의 노래’(루카 1, 46∼55)로 꾸며진 오늘의 복음은 성모님의 삶과 신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한 목적은 엘리사벳의 출산을 돕기 위함이 아니라(루카 1, 56 참조) 아이를 못 낳는 늙은 여인 엘리사벳의 잉태(루카 1, 7. 24)가 지니는 의미를 찾기 위해서였다. 마리아는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루카 1, 36)는 천사의 말을 기억하며 엘리사벳을 만나러 서둘러 길을 떠났다. 그녀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루카 1, 38)라는 가장 위대한 신앙의 응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약한 처녀로서 혼란스런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마리아의 마음은 엘리사벳을 만남으로써 정리된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잉태가 주님께서 굽어보시고 주님 친히 이 일을 해 주신 것임(루카 1, 25)을 알게 되었고, 엘리사벳의 찬미(루카 1, 42∼45)를 들으며 자신의 잉태 또한 ‘주님의 일’임을 확신하였다. 그래서 주님께 대한 찬송으로 가득한 그 유명한 ‘마리아의 노래(Magnificat)’가 자연스레 그녀의 마음으로 부터 흘러나왔던 것이다.

오늘 대축일은 우리를 기쁘게 해 준다. 우리도 언젠가 가고 싶은 그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성모님을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우리 희망의 실현을 위해, 우리는 이 땅에서 ‘또 다른 마리아’로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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