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표현하는 말씀을 하실 때 당신의 온존재를 말씀에 담아서 선물로 주십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말씀을 낳으시고, 말씀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이 말씀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시고 만물을 돌보고 이끌어 오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사람의 눈앞에 나타나셨고, 인간의 언어로써, 하느님은 영이시며 눈에 보이지 않아도 우리를 돌보고 이끄신다고 알려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어 나타나시자, 사람들은 그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이심을 알아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말씀께서는 당신의 본래 모습, 즉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계시는 그분을 만날 수 있도록 제자들을 준비시키셨습니다. 부활하신 후 영으로 다시 만날 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그때 영으로 계시는 당신을 제자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미사를 제정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셨을 때, 사람의 눈에는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드러났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이 말하는 ‘빈 무덤’이 그것입니다. 최후의 만찬 때에 주님께서는, 부활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분이 최후 만찬 때의 그분임을 미사를 통해 기억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미사를 드리며 눈이 열렸을 때 그들이 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 곧 ‘빈 무덤’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오늘 이렇게 미사를 드리며,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기억하고 이 사실을 영으로 느낍니다.
성령의 은총 없이는 부활을 믿을 수 없습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세례를 통해 다시 태어나 부활하신 주님 영의 힘으로 살지 않고서는 부활하신 주님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영원한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 영이신 그리스도를 마음에 모시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빈 무덤’에서 느낍니다. 성령의 은총에 힘입어, 주님께서 눈에 보이지 않으심을 보고 믿습니다. 주님께서는 부활하시어 지금 여기 여러분과 함께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