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은 사랑의 열매입니다.

가톨릭부산 2023.04.05 10:58 조회 수 : 35

호수 2752호 2023. 4. 9 
글쓴이 손삼석 요셉 주교 

부활은 사랑의 열매입니다.




 
손삼석 요셉 주교
천주교 부산교구장



 
우리 주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충만하기를 기도드립니다.
2,000년 전 주님께서 부활하신 그날은 여느 날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그날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차마 믿어지지 않고 아무도 본 이 없었습니다.
이것이 당신의 뜻입니다.
총총한 별밤에 무덤은 비고
먼뎃바람 같은 아스므레한 기류만이
설핀 갈밭인양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것이 당신의 뜻입니다.
.
.
죽음은 멎고, 슬픔은 쉬고
생명은 저마다 무성하라십니다.
이것이 당신의 뜻이었습니다. (김남조, 부활의 새벽)

 
   여느 날과 같았던 그날 이후 세상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활은 에덴 동산으로부터 추방된 이후 형벌처럼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간에게 궁극적인 희망이 되었습니다. 다시 에덴 동산으로 돌아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희망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시관의 고통으로 우리 인간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셨고, 십자가에서는 진정한 용서를 보여주셨으며, 마지막에는 주님조차 하느님께 원망 아닌 원망을 하심으로써 우리 인간들의 원망을 이해하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인간에 대한 공감을 몸으로 보여주신 겁니다. 그리고는 결국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으로써 죽어야 할 인간의 운명을 ’함께‘ 하셨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부활하심으로써, 죽음의 승리자로 나타나셨습니다. 시인의 묵상처럼 “죽음은 멎고/ 슬픔은 쉬고/ 생명은 저마다 무성”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것이 곧 부활의 메시지입니다. 죽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우리에게 ‘죽음의 멈춤’을 보여주시고, 수많은 고뇌와 고통으로부터 ‘쉴 수 있음’을 주시며 ‘다시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이 보다 더한 위로와 더한 희망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러한 부활의 의미를 예수님의 제자들은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그러기에 부활하신 스승을 만난 제자들은 이전과는 달리 스승이 다 못하신 복음 전파의 전사가 되었습니다. 살아생전 예수님을 만난 적이 없었던 사도 바오로조차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는데 남은 생을 바쳤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라고 당시 예수님의 부활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향해 ‘부활 신앙’을 부르짖었습니다. ‘지금 아무리 힘이 들어도 죽음이 멈추고 편히 쉴 수 있는 부활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 신앙인들의 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당신 부활의 동참에 ’사랑‘을 요구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아드님의 죽음을 희생으로 보여주셨듯이, 우리의 부활에도 ’사랑‘이라는 희생이 있어야 함을 암시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사랑과는 너무나 멀어져 있음을 목격합니다. 게다가 작금의 우리 사회는 정치 이념이나 사상으로 양분되어 서로 물어뜯어 모두가 피를 흘리며 고통 속에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심지어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둘로 나누어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원수조차 용서하라던 주님의 사랑은 어디에 있습니까. 사랑이 없는 곳에 부활이 들어설 자리는 결코 없습니다.

 
   이번 부활에는 사랑과 용서를 실천합시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사랑하는 것을 우리 신앙인들부터 실천합시다. 그 가운데 부활하신 우리 주님께서 함께 하실 거라 확신합니다. 주님 부활의 은혜로 세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고 희망으로 더욱더 환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주님 부활의 은총이 구체적인 여러분의 일상의 삶 안에서 사랑의 열매로 영글 수 있도록 하십시오,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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