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재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가 탐낼만한 천부적 재능이지만, 이것이 그 사람에게 유익이 되기보다는 해가 되어 사용되는 경우를 일컫는 말입니다. 즉 그 재능이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따라서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하고 행복의 열매를 맺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께서는 출산을 앞둔 엘리사벳을 방문하십니다. 성모님의 방문은 전혀 예상치 못한 크나큰 기쁨이었으며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2.45)이라 노래합니다.
“복되십니다”와 “행복하십니다”라는 두 단어는 비슷하지만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복됨은 하느님의 선물로 주어지는 것이지만 행복은 인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엘리사벳이 고백하듯이 성모님은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된 분이심에 틀림이 없습니다. 미천한 인간의 몸으로 거룩한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크나큰 복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됨이 바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행복보다는 불행한 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성모칠고(聖母七苦)를 통해 성모님이 겪으셨던 불행을 우리는 잘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복됨이 가져다준 불행 속에 낙담하기보다는 하느님 말씀에 대한 굳은 믿음을 통해 불행을 행복으로 잘 승화시키셨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성령으로 인한 잉태의 메시지를 전했을 때 성모님은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ㄷ)라며 말씀에 온전히 당신을 봉헌하셨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셨을 때는 그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여 그 뜻을 깨닫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셨습니다. 성모님께 주어진 ‘하느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라는 영광된 칭호는 단순한 복됨의 결과가 아닌 말씀에 의탁한 노력의 행복된 결실인 것입니다.
우리는 다음 주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오신다.”는 기쁜 성탄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심의 복됨이 만남의 행복으로 그냥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말씀 안에 머물 때 우리 가운데 오시는 주님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굳건한 믿음과 노력을 통해 주님 오심의 복됨을 만남이라는 행복으로 만들어가는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