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으로 보았을 때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묵시문학적인 표현을 빌려서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올 것이라고 합니다.(마르 13,26 참조) 예수님께서 세상의 종말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 새 세상,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하리라는 것을 암시하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종말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정작 그 날과 시간에 대해 말씀하지는 않습니다. 그 날이 언제일지 모르므로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하시는 말씀입니다.(마르 13,32-33 참조)
개인적인 신앙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경우를 보게 되더라도 예측불허의 죽음, 곧 종말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무화과나무의 성장처럼 그 끝을 예감하고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준비는 그 결과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얼마나 예측불허의 상황이 많습니까?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방학 기간 내내 놀다가 개학을 앞두고 숙제를 꼬박꼬박 열심히 잘한 경우에는 당당할 수 있었지만, 만일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허둥대면서 벼락치기로 고생을 하면서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또 다른 형태의 삶을 생각해보면, 갑자기 닥친 어려움에 평소 저축이라도 열심히 한 사람의 경우라면 담담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속을 태우고 발을 동동 구를 것은 뻔한 이치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잘 해둔 것은 언젠가 급한 경우가 닥칠 때 그 빛을 발하기 마련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말에 대한 두려움에 앞서 잘 준비된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착실히 준비된 삶은 그 끝이 명쾌하고 깨끗한 삶이 됩니다. 깨어 있고 준비된 삶이 된다면, 밀린 숙제 없이 제날짜에 깨끗하게 정리해 나간 그런 삶이 된다면, 우리는 주님께서 말씀하신 그 날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닥치더라도 상관치 않고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함없는 마음으로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