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과공지

제20회 농민 주일 담화문

 

‘연대와 형제애’*로 농업과 농촌을 살립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스무 번째 농민 주일을 맞이하여,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과 도·농 공동체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들께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1. 우리 교회는 1994년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촌을 살리기 위한 실천 운동으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시작하였으며, 주교회의 1995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매년 7월 셋째 주일을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함께 기도하고 실천하는 ‘농민 주일’로 제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1996년 제1회 농민 주일을 시작으로, 하느님 창조사업에 꾸준히 협력하고 있는 농민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농업과 농촌의 소중함과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일깨우고 실천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이 되어”(사도 4,32) 노력해 왔습니다. 이렇게 우리 교회와 농민을 비롯한 선의의 많은 분들이 귀농귀촌운동, 도시농업운동, 로컬푸드운동, 생활협동조합운동, 슬로푸드운동, 식량주권운동, 식생활교육운동, 학교급식운동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농촌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전면 수입을 유예해 온 쌀마저 올해부터 완전히 개방되었으며, 농산물 생산 대국인 미국, 유럽 등에 이어 지난해 중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농산물시장 완전 개방과 함께 몇 년째 지속된 농산물 가격 하락, 빈번한 자연재해, 종식되지 않고 있는 가축 질병은 농업·농촌의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환경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불안이 계속되어도 ‘관세 및 보조금 감축과 철폐를 통한 농산물시장의 자유화’를 목적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양자 간 또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의 확대 등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 기세가 지속되고, 우리 정부는 앞장서서 이를 쫓아가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정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과 함께 농업 구조조정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농촌 인구의 감소, 농업 후계 인력의 부족, 농가 소득 하락과 도농소득 격차의 확대 등의 농민 문제뿐만 아니라 식량의 해외 의존 심화, 유전자조작식품의 범람, 환경오염의 심화 등 헤아릴 수 없는 문제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이제 농업·농촌의 문제는 비단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교회는 농업·농촌·농민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 교회는 세계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배제 등을 극복하기 위해 “소외 없는 세계화”(성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98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인류의 참된 선에 초점을 두는 세계화”(교황 베네딕토 16세, 2006년 사순시기 담화)를 강조하면서, “오늘날 수많은 형제자매들의 삶을 짓누르는 무관심의 세계화에 맞서, 우리 모두 연대와 형제애의 세계화를 위한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5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라고 권고합니다. 세계화로 인해 삶의 위기에 처한 농민들의 손을 맞잡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국제연합(UN)은 식량과 자원의 문제, 기후변화에 주목하여 작년을 ‘세계 가족농의 해’로 정한 데 이어 올해는 ‘세계 흙의 해’, 내년은 ‘세계 콩의 해’로 정하였습니다. 3년 연속 식량과 농업 관련 주제를 선정하여,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기아와 빈곤 해소, 생물 다양성과 환경보전, 농촌 지역경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전 세계가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연대하고 실천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3. 우리는 농업·농촌·농민을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는 품목별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정해 법제화하고, 이에 필요한 농지의 보전과 토지공개념 강화, 농업인력 확보 등 농업 기반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농민들이 농업을 통한 ‘행복 추구’가 가능하도록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하고,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반영한 공익형 직불제를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농민들은 자치와 협동으로 순환과 상생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 등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하며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있는 스페인 몬드라곤, 캐나다 퀘벡,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면 가톨릭교회의 공동체 정신이 그 배경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비자인 우리는 농민들과 힘을 합쳐 안전한 먹을거리가 안정적으로 생산, 공급되도록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본당에 ‘우리농생활공동체’를 설립하여 농촌 생산 공동체들과 결연을 추진하고, 농촌 체험, 일손 돕기와 같은 인적 교류, 생명농산물 직매장을 통해 공동체적 삶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이 ‘연대와 형제애’의 구체적 실천이며 우리와 후손들의 삶을 위해 ‘생명을 선택’(신명 30,19)하는 일입니다. “연대의 이러한 확신과 실천이 이루어질 때에 다른 구조적 변화의 길이 열리고 그러한 변화가 가능해집니다”(복음의 기쁨, 189항). 우리는 신앙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뜻대로 생명을 일구는 농민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연대해야 합니다.

 

오늘 농민 주일을 맞이하여 “애쓰는 농부가 소출의 첫 몫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2티모 2,6)라는 성경 말씀대로 농민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우리 농업·농촌이 되살아나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은”(창세 1,31) 세상이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2015년 7월 19일

제20회 농민 주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 흥 식 주교

* 교황 프란치스코, 2015년 세계평화의 날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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