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랑의 해” 부산교구 사목지침
신망애를 통한 본당 공동체의 영적 쇄신 (3) 사랑의 해
교구 공동체는 지난 2018년부터 ‘신망애를 통한 본당 공동체의 영적 쇄신’의 여정을 걸어왔으며, 올해 그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사랑의 해’를 맞이합니다. 2018년 ‘믿음의 해’에 우리는 믿음의 기쁨을 되찾고 신앙의 보화를 전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믿음이야말로 우리 삶의 바탕이며 하느님의 은총임을 확신했습니다. 2019년 ‘희망의 해’에는 구원에 대한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을 전하고 실천하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하느님으로부터 구원의 빛을 받으며 그분만을 향해 걸어가야 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은 언제나 함께 나아갑니다. 믿음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 외아들을 내어주셨음을 알게 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 삶의 중심에 두게 합니다. 희망은 구원의 신비를 받아들이고, 어둠 속에서도 끝내 하느님께서 승리하신다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이러한 믿음과 희망은 온갖 불신과 절망으로 주저앉은 우리를 변화시켜 사랑의 빛으로 인도합니다. 사랑은 어둠으로 가득한 세상을 밝혀주고, 우리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빛입니다. 이에 지난 2년간의 믿음과 희망의 여정을 토대로, 교구는 올해 ‘사랑의 해’를 지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그리스도인은 이 말씀으로 자기 삶의 근본적인 결단을 드러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결정이 아니라, 삶에 새로운 지평과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을 만나는 일입니다. 요한복음서는 그 사건을 이렇게 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으므로 사랑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계명’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사랑의 은총에 대한 응답입니다.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 계속해서 먼저 사랑하십니다. 특히 성체성사를 통해 언제나 우리를 만나러 오십니다. 교회의 전례에서, 교회의 기도에서, 신앙 공동체에서, 지금도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과 사랑을 다양하게 체험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똑같은 사랑으로 응답할 수 있습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 17항 참조)
그런데, 오늘날 이 시대는 ‘사랑의 응답’을 끈질기게 방해하고 있습니다. 현대세계의 특징을 단적으로 대변하는 세속주의는 반(反)그리스도적이요 반(反)종교적인 색채를 띠는 동시에, 사람들의 일상을 문화적 형태로 점령하여 하느님이 배제된 사고방식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디어와 디지털 문화의 발달은 순간적이고 새롭고 외적인 것에 집중하는 문화를 부추기고, 세속주의적 문화를 제한 없이 전파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 기술은 자본주의 환경과 긴밀히 연결되어, 과학자의 순수한 열정보다는 연구의 지원주체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학 기술을 등에 업은 극단적 자본주의는 인간을 도구화와 상품화의 최전선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일상에서 하느님과 그리스도교는 갈수록 배제되고 있으며, 이기적 물질주의와 쾌락주의가 결합되어 ‘이타적 사랑’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나오고 우리를 하느님과 일치시켜 줍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우리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1요한 4,12∼16 참조)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듯이 우리의 소명 역시 친밀하게 사랑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의 본 모습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일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삶이며, 결국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소명입니다.
사랑의 친교를 이루시는 삼위일체 하느님으로부터 탄생한 교회는, 하느님의 그 신비를 세상에 실제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교회의 구체적인 현존인 본당 공동체는 주님의 말씀과 성체성사, 그리고 형제적 사랑으로 열정과 활기가 넘쳐나야 합니다. 일반 사회 공동체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영적인 신앙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과학 기술과 디지털 문화 속에 깊이 스며든 세속주의와 물질주의가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 시대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속적인 것’에 물들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합시다. 피조물에 대한 그릇된 애착을 끊어버리고, 그리스도 안에 깊이 뿌리내려 그분 안에서 살아갑시다. 마침내 그리스도의 생명과 진리와 사랑이 우리 안에서 꽃을 피우고 ‘사랑의 응답’으로 열매를 맺도록 합시다. 바로 이것이 신망애를 통해 본당 공동체가 영적으로 쇄신해야 할 이유이자 목적입니다. 올 한 해 교구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온 세상에 증거하는 해가 되도록 합시다.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요셉 주교
실천사항
1.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기
- 1일 10분 성경읽기
- 1주 20분 성체조배
- 1달 30분 성시간
2. 나의 사랑이 하느님께 향하기
- 신앙 전파하기 : 예비자 인도, 냉담자 권면
- 신앙 동반하기 : 초중고 자녀들, 노부모들
- 신앙 전수하기 : 유아세례, 첫영성체, 혼인성사 독려
3. 나의 하느님 사랑이 이웃에게 향하기
- 가족들 사랑하기
- 본당 교우들 사랑하기
- 지역민들 사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