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2016. 11. 22.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대리구미사)

① 묵시 14,14-19 ㉥ 루카 21,5-11

 

두 번째 행복: 슬픔- 희망

 

!!. 오늘, 음악인의 수호성인이신 체칠리아 성녀축일을 맞이하여 체칠리아 성녀에게 주신 그 은총과 축복을 우리에게도 주시길 빕니다. 지난 주, 그리스도인의 대헌장이요 천국의 참된 8가지 행복 중에 첫 번째인 가난에 대해서 묵상하였습니다. 가난의 핵심은 주님께 의탁하게 하는 은총입니다. 어린애가 자신이 약하고 힘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께 의지하듯이, 우리의 가난함과 부족함은 주님께 의탁하게 만드는 은총이 됩니다. 이것이 복음적인 가난입니다. 이 가난은 처음에는 수동적으로 자신의 가난을 받아들이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선택하는 적극적인 가난이 됩니다. 이때부터 이 복음적인 가난은 겸손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두 번째 참된 행복, 슬픔의 은총입니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이 복음적인 슬픔은 마음이 우울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단순히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복음적인 슬픔은 더 깊은 내용이 있습니다.

 

!!, 이 세상은 너무나 부조리하고 비극적입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부자나라의 부자집 자녀로 태어납니다. 이 사람은 일생이 보장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집 자녀로 태어납니다. 일생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먹고 사는 문제로 일생을 보냅니다. 더구나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으로 태어나 일생 고통만 겪고 살다 갑니다. 정말 이런 세상이 공평합니까? 요사이 흔히 말하는 금수저, 흙수저가 엄연히 존재합니다. 우리를 보십시오!! 우리는 그래도 남한에서 태어나 자유롭게 사는데, 북한에서 태어난 우리동포는 일생 공산독재 밑에서 그야말로 새빠지게 고생만 하다 한세상 끝납니다.

이런 불평등한 인생의 가장 큰 비극은 모두 죽음으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허망하고, 비극적이고 허무합니다.

 

복음적인 슬픔은 이런 세상과 인생을 복음의 빛으로,, 예수님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이때,, 이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세상과 죽음으로 끝나는 우리인생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원인은,, 세상은 하느님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악이 있기 때문입니다. 악이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이 지배하고, 돈이 지배하고, 무신론이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만일 이런 세상에만 우리가 목을 매고 산다면, 1코린15,19의 말씀대로: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생한 희망이 있습니다. 이 세상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사는 천국의 시민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살이는 지금부터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천국의 삶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이 준비기간동안 우리가 한국사람으로 살든, 미국사람으로 살든, 건강하게 살든, 장애인으로 살든, 머리가 좋게 태어나든, 나쁘게 태어나든, 외모가 예쁘든, 못낫든,, 이것은 일시적이고,, 2차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천국입니다. 문제는 어떤 조건하에 살든, 하느님을 위해, 예수님을 위해, 천국을 위해 얼마나 투신하는 것입니다. 이것이만이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 천국을 위해 산다는 것은 곧 주님의 부활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믿고, 우리도 부활하리라는 생생한 희망으로 살고 있습니다. 바로 이 희망으로 이미 죽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큰 비극, 슬픔을 이미 뛰어넘어 위로를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천국은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의 아버지가 되시어 서로 사랑하는 큰 가정입니다. 이 하느님의 가정에서 모두가 공평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이 세상에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슬퍼하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슬퍼하는 사람입니다. 이 슬픔이 천국에서 영원한 기쁨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이세상에서 악조건에 살아도 이미 위로를 받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천국에서는 이 하느님의 뜻이 완전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때문에 주님께서는 복음에서 가끔 “첫째가 꼴찌되고, 꼴찌가 첫째가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지상에서 우리가 지금 보는 질서가 천국에서는 뒤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예는 루카16장의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세상에서 호의호식하던 부자는 지옥에 떨어지고, 거지 라자로가 천국에 간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는 이 세상의 처지와 천국의 처지가 바뀔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이렇게 해서, 지금 이 세상에서 우리가 보는 이 세상의 모든 불공평함과 불의 그리고 비극,, 죽음이라는 가장 큰 비극도,, 천국에서는 모두 없어지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정의롭게, 올바르게 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제자는 이 세상의 불공평과 불의와 비극 앞에서 “아이고, 내 팔자야!” 하면서 신세한탄만을 하지 않습니다. 권력을 잡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도 잘 사는 사람을 질투하면서,, 저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을 두고 슬퍼하고 기도해 주는 것입니다. 너무나 불쌍한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병고와 죽음 앞에서 절망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이 아직 악이 판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승리한다는 생생한 희망으로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바로 그 희망 때문에 정말 세상이 더 정의롭게, 하느님의 뜻대로 움직이도록 노력합니다. 이렇게 아무리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해도 잘 안되기 때문에 슬퍼하면서도 하느님께서 그 정의를 이루어주실 것을 아는 희망 때문에 위로를 받습니다.

 

또한 주님을 믿는 우리는 우리 안에서도 하느님의 뜻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봅니다. 아직도 우리가 성화되지 못하고, 완덕에 도달하지 못함을 슬퍼합니다. 이 슬픔은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완전한 사랑으로 나아가도록 밀어주는 은총이 됩니다. 가난에 찌들린 학생이 그 가난에서 벗어가기 위해 열씸히 공부하듯이, 불치병에 걸린 병자가 낫기 위해서 모든 방법을 다 찾듯이, 우리도 아직 하느님의 자녀로, 예수님의 제자로 완성되지 못함을 슬퍼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성덕으로 나아가려고 주님께 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한다해도 우리는 완전한 믿음과 사랑을 갖지 못하고, 계속해서 실수하고, 부족할 것입니다. 바로 이때, 우리는 우리 사랑의 부족함을 채워주실 주님 자비에 희망을 걸게 됩니다. 그 희망으로 우리는 지금부터 완전한 신앙인이 못된다 하더라고, 끊임없이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믿음이요 사랑입니다. 이 믿음과 사랑으로 지금부터 우리는 위로를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천국에서 영원히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그때에는 오늘 주님께서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라는 말씀이 완전히 실현되는 것입니다.

이 복음적 슬픔이 주는 희망의 은총과 축복이 우리에게 가득히 내리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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