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17.9.9. 연중제22주간 토요일(대리구시복시성도보순례 1주년미사)
① 콜로 1,21-23                    ㉥ 루카 6,1-5.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 오늘은 우리가 울산 대리구 시복시성 도보순례를 시작한지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 은혜로운 날을 기념하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순교자들이 받은 믿음의 은총과 축복을 우리에게도 내려주시길 빕니다.
 
우리가 지난 1년동안 도보순례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최양업신부님의 시성시복을 기원하였습니다. 또한 병영성지에서 순교한 허인백야고보, 김종륜루카, 이양등베드로 3분 복자의 시성을 기원하였습니다. 본래 병영은 말그대로 군사훈련을 하거나 중죄인을 처형하던 장소입니다. 1866년 당시, 좌도 병마절도가 있었던 울산병영은 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거룩한 곳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바로 이곳에서 허야고보, 김루카, 이베드로가 처형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4년 이 세분을 시복하셨습니다.
 
이 세분의 순교자들과 그 외 수많은 순교자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놀라운 점이 나타납니다. 그 당시 대다수 신자들과 순교자들은 평범하고 학문도 짧은 평민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하상 바오로나 황사영알렉시오와 같은 천재적인 두뇌와 신학자같은 깊은 신학지식을 겸비한 순교자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평범하고,, 또 천민출신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 대다수는 글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이 많다는 것입니다. 글을 읽을 줄뿐만 아니라,,, 갓난이, 큰애기 같은 너무나 천한 이름도 적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 순교자들은 무시당하고 살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분들은 겨우, 기초적인 교리를 배우고 묵주기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신앙의 지식 밖에 없었습니다. 그분들과 지금의 우리를 비교하면, 우리는 그야말로 신학자와 같은 믿음의 지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신구약 한글 완역본도 가지고 있습니다. 읽지 않아서 그렇지만,, 우리 순교자들은 읽고 묵상할 성경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 무지막지한 고통과 고문을 당하면서까지 믿음을 고백하고 마침내는 순교의 영광을 얻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강력한 힘과 은총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우리 민족이 사는 이 한국땅에 하느님의 교회를 세우고자 하느님은 한국교회 초창기에 폭포수같은 은총을 쏟아주셨던 것입니다. 마치 2천년전,,, 초대교회에 성령의 엄청난 은사가 쏟아진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주님께서는 성경지식도 부족하고,,, 아는 것도 없는 우리 순교자들에게 힘과 지혜를 주시고, 순교할 수 있는 믿음의 은총까지도 베푸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땅에 주님의 참된 교회가 세워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주님께서는 우리 순교자들을 하필이면, 학식이 많고, 좋은 가문 출신이 아니라, 대부분, 비천하고 무식한 분들 가운데에서 선택하셨느냐 하는 것입니다. 1코린 1,27이 그 답을 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것을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이 세상의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것 곧 없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어떠한 인간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일을 하실 때,,, 이런 식으로 인간의 상식을 뒤엎어고,, 인간의 약함을 통하여 역사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주 예수님의 십자가의 그 약함과 어리석음으로 우리를 구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순교자들도 너무나 약하고 보잘것없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주님께서 역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순교자의 엄청난 믿음과 인내 그리고 용기는 그들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에게서 온 것임을 이처럼 명명백백하게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결과 1코린 1,30의 “자랑하려는 자는 주님 안에서 자랑하라.”는 말씀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은 우리인간이 드리는 찬미와 영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그런 이해타산이 없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찬미가 없어도 완전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한 5,41에서 주님은 이렇게 단언합니다: “나는 사람들에게서 영광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영광은 무엇입니까? 하느님의 영광은 우리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입니다. 그 영원한 행복은 바로 하느님 자신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조건없이.. 무한히 사랑합니다. 우리도 그 사랑을 알고 그 사랑에 답하면서 당신과 일치하길 원할 뿐입니다.
 
이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을 예수님이 다신 죽음을 통하여 보여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가 진실로 십자가의 주님을 따르고 믿을 때,,,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가 되고, 인간 구원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비천하고 보잘것없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기탄없이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분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그 사랑의 하느님께 의탁하는 참으로 순박한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루카 10,21에서 이렇게 하느님 아버지를 찬미했던 것입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 찬미와 감사기도는 부족한 우리에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주님께 감사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순교자들에게 내린 그 은총과 축복을 우리가 계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겸손의 은총을 베풀어 주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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