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2022.05.02 부활 3주 월요일

울산대리구청. 2022.05.06 10:05 조회 수 : 6

부활3주 월요일 강론

(2022.5.2.11:00. 병영성지 성당)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오늘 전례와 더불어 독서와 복음말씀의 전체주제는 복음말씀의 대목 중 한 문장인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에서 썩어 없어질 양식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곧 상반되는 두 가지 양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늘 독서말씀은 교회의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노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한 사도들이 예수님의 말씀대로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오직 기도와 말씀을 전하는데 전념하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공동체의 여러 가지 일들을 대신 해줄 사람으로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7명을 뽑았는데, 그 중에 한분입니다. 스테파노가 변화된 사도들처럼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평소에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애썼던 사람이었습니다. 반면에 오늘 복음말씀에서 빵을 많게 하는 기적만을 보고 예수님을 쫓아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예수님이 누구신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물질적인 양식, 먹고사는데 도움이 되는 물질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빵을 배불리먹고 나서 또 다시 자신을 배불릴 수 있는 빵,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예수님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이렇게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추구하는 스테파노와 그저 현실적인 욕망에 충실하면서 자기 이익을 위해 예수님을 쫓아다니는 사람, 이 두 종류의 삶이 추구하는 두 가지 다른 양식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면서 주님의 부활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묵상하는 부활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활 이후의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는 오직 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 부활하신 예수님 모습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음서를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의 발현의 모습은 다르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모습을 보긴 했지만 알아보지 못했다든지, 어떤 대목은 처음부터 알아보지 못하다가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알아보게 되었든가 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알아본다는 것은 일종의 내면적 인식을 말하는 것이지 직접 눈으로 알아보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문이 닫혔는데도 들어오시기도 하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그 분의 육신은 시간과 공간의 법칙을 벗어난 새로운 차원에 계시는 것입니다. 좀 어려운 말로 그 분의 실존방식은 현재 우리와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입니다.

 

복음서에 보면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 기적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루카7,11-17의 죽은 과부의 외아들을 살리신 기적,마르코5,22-23.35-43의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기적,요한11,1-44의 죽은 라자로를 살리신 기적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기적에 의해서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 이전의 생활로 복귀했지만, 때가 되어 결국 다 죽었습니다. 이것은 부활이 아닙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은 전혀 다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돌아가신 뒤 생물학적 삶으로 되돌아와서 생물학적 법칙이 끝나 다시 죽을 수밖에 없는 그런 다시 살아남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삶, 더 이상 죽음과 삶이라는 법칙의 지배를 받지 않은 새로운 차원의 삶 안으로 들어간 새로운 차원의 삶(영적인 몸의 상태)을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은 다시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까?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할 수 있는가?”

 

당연히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 때문에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할 수 있습니다. 부활은 새로운 생명으로 영원한 생명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부활의 삶은 우리가 죽고 난 뒤에 시작되는 삶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 예수님의 말씀대로 충실히 새 생명의 삶을 살 때 이미 부활의 삶을 사는 것이고, 죽은 뒤 저절로 영원한 생명의 삶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살아있을 때 썩어 없어질 양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애쓰는 삶을 통해 우리는 부활의 삶을 사는 것이고, 이렇게 우리가 부활의 삶을 사는 것이 곧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는 삶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지만 항상 깨어 살 수 없고 자주 부족한 삶 죄인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남들보다 좀 더 배부르게 하는 것만 찾고, 남들보다 좀 더 많이 가지려고 하고, 남들보다 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중상하고 거짓말하면서 살지 않기 위해 애씁니다. 비록 이 세상살이가 힘들고 고통스럽고, 어둡고 비겁하고 이기적이라 해도, 쉽게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런 삶이 바로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십자가의 삶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삶을 통해 부활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고, 이런 현실적인 부활의 삶을 통해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 살아계신 예수님을 체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과 인격관계를 가진다고 하는데, 이 인격관계(마치 예수님이 아버지나 친구가 된 것처럼 나와 친밀하고 직접적인 소통관계를 맺는 것)는 단순한 개념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는 살아계신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고,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 깊은 곳, 우리 영혼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가 깨어있다면 언제나 내 안에, 우리 가정에, 우리 삶터에, 성당에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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