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미얀마 민주회복을 위한 기원 미사

(2021.3.24.,19:30,야음성당)

 

우리는 최근 언론을 통해 미얀마 시위 현장에서 군인과 경찰의 폭력적 탄압 중단을 호소하며 총을 쏘려면 차라리 나에게 쏘라며 무릎 꿇은 수녀님의 사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폭력향하여 평화를 호소하며 무릎을 꿇은 그 수녀님의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수녀님의 소리는 곧 전세계인을 향해 부르짖는 선량한 미얀마 국민들의 양심의 소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현 미얀마 사태를 바라보면서 지구촌의 한 시민으로서 또 유사한 시대적 아픔을 간직한 한 아시아인으로서 더군다나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강조하는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년 전 201711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미얀마를 방문하실 때 미얀마 사태를 예견하신 듯 미얀마 교회를 향해 이 나라의 평화를 만드는 주체가 되어라고 호소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 사태 발생 이후 교황께서는 여러 차례 메시지를 통해 미얀마 국민들과 마음으로 함께하심을 밝혔습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도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는 사순시기에,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는 미얀마 형제자매들의 슬픔과 아픔을 나누며 형제애로 연대한다고 밝히면서 연대와 지원을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현재 미얀마 국민의 아픔을 공감합니다.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하는 그 수녀님과 같은 심정으로 공감합니다. 미얀마 국민들이 지켜 내고자하는 민주와 자유.정의 그리고 평화는 우리 인류가 지켜야 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고, 오늘 복음의 말씀(마태 5,1-12)처럼 우리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재 미얀마라는 국명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1988년 미얀마로 개칭하전 전에는 버마로 불렸습니다. 미얀마 군사 정권이 2010117일 실시하는 총선거를 앞두고 국기도 바꾸고 국명도 미얀마로 변경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은 지금도 군사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은 의미로 미얀마가 아닌 버마로 호칭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곧 버마는 1948년 아웅 산을 중심으로 한 독립운동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연방제 정부가 수립되고 서구식 다당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소수민족간의 정치 갈등과 경제 혼란으로 인해 1962년 네 윈의 군부 쿠데타가 있었고, 1988년까지 버마식 사회주의로 1당 독재체제가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군정에 반대하는 국민들에 의해 198888, 말하자면 8888민주화 항쟁이 일어나고 아웅산 수치는 그 중심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군부에 의해 수치는 가택연금을 당하게 되고,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군부의 독재체제가 유지됩니다. 2008년 군부에 의해 제정된 헌법에 의하면 상하원 전체 의석의 25%를 군부가 지명하는 등 실제 권력은 군부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2015년 자유선거의 의해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군사정권을 교체해 문민정권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군은 군통수권을 가진 실권자로서 내정간섭을 하는 현실은 변경되지 않았고, 군부가 정한 헌법에 의하면 75%이상 의회의 동의를 받아 개헌을 할 수 있지만 이미 의회의 25%를 장악하는 한 상태이기도 개헌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버마는 1948년 영국으로 독립해 1962년 군부에 의해 쿠데타가 일어난 후 2015년 아웅산 수치 중심으로 한 민주화가 될 때까지 53년간 지속적으로 사실상 군부의 지배를 받은 나라입니다.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문민정부인 민주주의민족동맹는 지난해 5년 임기를 끝내고 작년 11월에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의석 83%를 차지하면서 문민정부 2기의 시대, 말하자면 보다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군부는 그들의 실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올해 21일 다시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제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것입니다. 1962년 이후 53년의 군부 지배를 받아 온 나라가 겨우 5년간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다가 다시 군부의 지배를 받는 현실이 된 것입니다.

 

현재 계엄 상황인 버마는 심각한 상태입니다. 버마의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는 지난 2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지금까지 사망자 수는 250명에 달하고, 2345명이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군부는 현재 이미 국내 언론을 통제하고 있으며 취재하는 외국 언론인까지 통제하기 시작했고, 모바일 기기를 통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여 국민들 사이에 정보 공유를 막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맞선 문민정부는 해외 임시정부를 선포하고 군부의 폭력에 대항하는 내전의 가능성을 국내외에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현 사태는 1980년대의 한국의 상황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됩니다. 민주주의란 나무는 결코 쉽게 성장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성장하며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미얀마 국민들과 마음을 공감하면서 연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을 통하여 정치권력에 대한 교회의 자세를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권력은 독재로가 아니라 자유와 의무의 수용 그리고 책임의식에 뿌리박은 도덕적인 힘으로 온 국민의 힘을 공동선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정치권력의 행사는 언제나 도덕 질서의 한계 안에서 정당하게 제정되었거나 공동선을 위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할 때 국민은 양심에 따라 복종할 의무가 있다.’(74)고 가르칩니다. 말하자면 객관적으로 공동선에 위배되는 정치권력은 양심에 따라 당연히 배척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 미사 중에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가고 있는 버마국민들의 아픔을 우리 가슴 깊이 공감하면서, 그들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원하십시다. 특별히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이 사순시기에 구체적인 현실에서 십자가의 길을 가고 있는 버마국민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이 미사는 더욱 우리에게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님! 주님께서 버마국민들이 가고 있는 고난의 길에 함께 하시어 그들에게 힘과 용기와 위로를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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