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죄인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사순2주간 월요일(나해)
(2021.3.8.11:00,병영성지 성당)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오늘 복음말씀은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고 하시면서 “남을 심판하지 마라. 남을 단죄하지 마라. 남을 용서하여라”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항상 남을 심판하고, 남을 단죄하면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을 용서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남을 심판하고 남을 단죄하면서 살아가는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함께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우고 있지 않습니까? 개를 살아가는데 꼭 가족처럼 생각합니다. 단순히 가족처럼 여기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가족으로 인정할 정도로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또 다른 소중한 두 마리 반려견을 키우고 있습니다” 어떤 놈이냐? 이름도 있습니다. 한 마리는 ‘편견’이고, 다른 한 마리는 ‘선입견’이라는 놈입니다. 편견은 삐딱하게 보는 것, 말하자면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 않고 비뚤어져 왜곡되게 보는 것입니다. 선입견은 말 그대로 먼저 내 마음속에 들어온 관점, 생각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보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내가 1년 전에 상대방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했다’ 혹은 ‘이런 말을 들었다’하면 그렇게 내 마음에 들어온 그 관점 그대로 지금도 바라보는 것이 선입견입니다. 바로 이 편견과 선입견이 자리 잡혀 굳은 것이 바로 ‘고정관념’입니다. 고정은 ‘ 딱 자리 잡아서 움직이지 않은 것, 꼼짝 않은 것 아닙니까? 그런 관념이, 고정관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오면서 형성된 다양한 형태의 ’편견과 선입견들의 고정관념’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심판하고 또 단죄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고, 상대방이 이전과 바뀐 것도 보지 못하고, 오직 나의 변하지도 바뀌지도 않은 고정관념으로 상대방을 왜곡해 보면서 판단하고 심판하고 단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또 상처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의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는 이런 우리 자신의 굳을 대로 굳어 이제 돌덩어리가 된 고정관념들을 허무는 시기여야 합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도 예수님 시대의 바리사이,율법학자, 종교지도자들의 고정관념, 결국 우리 인간들의 고정관념 때문에 당신의 새로운 가르침이 거부당해 수난하시고 죽으신 것 아닙니까? 사람들의 마음을 죽인 그 고정관념이 결국 예수님까지 죽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허물기 위해서는 우선 오늘 독서 다니엘 예언자의 말대로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우리 스스로 ‘죄인임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돌덩이처럼 굳은 고정관념으로 많은 사람들을 판단하고 심판하고 단죄하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당연히 우리 마음에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하고, 우리를 향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할 수 있도록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사순시기 동안 성당에서든 집안에서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의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죄의 뿌리를 깊이 묵상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올해 부활절은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우리의 죽은 고정관념에서도 부활하는 새 관념, 새 마음의 나 자신으로 태어나는 은총의 시간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