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2020.11.9. 11:00, 병영성지성당)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이 복음을 전파하면서 그리스도교가 점차 퍼져나가고 로마까지 전해집니다. 하지만 로마에서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가 시작됩니다. 그 이유는 로마의 황제숭배사상과 그리스도교는 같이 갈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 큰 박해 후에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그리스도교가 받아들여지게 되고, 황제의 의해 라테라노에 대성전이 324119일 봉헌됩니다. 이 라테라노 대성전은 오늘날 로마의 베드로 대성전이 1593 생기기 전까지 약 1200년 동안 역대 교황들이 거주하면서 교회의 중심이 되었던 곳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가 이 특별한 대성전의 봉헌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의 내용은 우리가 막연하게 건물로서 생각하는 성전의 의미를 새롭게 묵상하도록 합니다.

 

독서 에제키엘 예언서는 성전에서 물이 흘러나온다는 천사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물은 바닷물을 되살리고, 생물들을 되살리며, 모든 것을 살아나게 한다고 말합니다. 물이 귀한 팔레스티나에서 물은 생명력을 부여하는 하느님의 힘을 상징합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힘과 능력이 머무는 곳으로 이 성전을 통해서 모든 것이 살아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구약부터 신약까지 예루살렘 성전은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으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언서들을 보면 성전이 하느님의 힘과 능력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정반대로 성전에서 행해지는 예식이 형식화되고 우상숭배적인 요소까지 생길 때마다 예언자들은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들이 타국에서 유배하는 체험을 통해서 하느님은 예루살렘 성전만이 아닌 타국에서 고통받는 그들과도 함께 계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서 돌로 지은 건물로서의 성전에서 건물이 아닌 영적 성전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말하자면 성전의 의미가 확대하기 된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을 때 어머니 마리아에 의해 성전에 봉헌되고, 예수님이 공생활 중에 대축일에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가셔서 축제에 참여하신 것으로 보아, 건물로서의 성전도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말씀처럼, 예수께서 성전이 하느님이 계신 거룩한 곳이 아니라 장사하는 집으로 변질된 모습을 보고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고 하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새로운 성전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잡혀서 사형선고를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을 때 성경은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고 한 것은 옛 성전의 종말을 말하는 것이고, 이제 유대교의 성전이 하느님이 계시는 곳의 상징으로서 역할이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물이 옛 성전의 물을 대신해 온 인류, 온 세상을 살리는 생명수가 되신 것입니다.이제 새로운 성전은 바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더 나아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체험하고 그 분을 주님으로 믿는 우리도 새로운 성전되었습니다. 새로운 성전 그 자체이신 부활하신 예수님을 우리의 머리이시고 우리가 그 분의 지체들로서 그 분과 인격적 관계를 유지한다면 우리 역시 성전인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전서 316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모릅니까?”

 

 

오늘 새로운 성전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독서와 복음말씀의 메시지는 이렇습니다.우리가 눈으로 보는 건물로서의 성전 뿐 아니라 바로 우리 각자가 성전이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영이 계시는 살아있는 성전입니까? 독서말씀처럼 살아있는 힘과 능력의 생명수를 흘러 보낼 수 있는 살아있는 성전입니까? 아니면 복음의 성전처럼 무너질 돌덩이들로서 정화해야하는 성전입니까?

 

그리고 독서와 복음은 또 묻습니다. 지금 우리 교회는 살아있는 성전입니까? 오늘 복음처럼 장사꾼들이 번잡한 정화해야 할 성전입니까? 만일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영이 살아있는 성전들이라면 우리들의 공동체인 교회 역시 살아있는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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