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하느님이 중심이 되는 성가정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 축일 강론

(2019.12.29.10:30, 천곡성당)

찬미예수님!

 

오늘 성가정 축일을 성탄 팔일 축제의 주일로 지내는 것은 전례에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이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오직 하느님을 향한 믿음, 하느님의 뜻에 충실함으로 아기 예수님을 그들 삶에 중심을 둔 성가정을 이루었기 때문에, 성탄시기에 성가정 축일을 지내는 것입니다. 특별히 이 축일은 한 해 마지막 주일 미사로서 2019년 올 한해 주님이 우리 가정과 함께해주심에 감사하는 날이고, 동시에 우리의 믿음이 부족해 주님이 우리 가정의 중심이 되지 못함에 반성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1독서는 집회서의 말씀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집회서는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교훈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집회서의 말씀은 자녀들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자녀의 부모에 대한 효도는 죄를 용서받는 것이고,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2독서의 콜로새의 말씀은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인 가정이 성가정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첫째 지침은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가정생활의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견뎌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가져야 하고,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라고 하십니다. 말하자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둘째 지침으로는 그리스도의 평화가 마음을 다스리게 하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훼손하는 것은 죄인데, 이 죄가 가정의 분열을 일으키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가 다 아는 말씀인데, 현실적으로 실천을 못합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이렇게 두 가지 지침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동기가 있어야 말합니다. 첫째 동기는 성경말씀을 중시하는 것이고, 둘째 동기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첫째 성경말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바오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여러분 가운데에 풍성히 머무르게 하십시오. 지혜를 다하여 서로 가르치고 타이르십시오.” 성경말씀을 통해 예수님의 말씀의 의미를 잘 이해한다면 우리는 주님이 주신 그 지혜로서 서로 사랑할 수 있고 마음의 평화를 잘 유지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둘째는 감사기도를 바치는 것인데, 바오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불러 드리십시오.” 감사기도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기도할 때 그날 주님께서 함께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 감사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님께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 감사한 마음을 진심으로 표현하는 것이 감사기도입니다.

이 두 가지, 곧 성경말씀을 중시해서 그리스도의 말씀이 내 삶에 중심이 되고, 또 매일 감사기도를 바침으로, 그렇게 한다면 우리 가정은 틀림없이 분명히 서로 사랑하고 ,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통해서 서서히 성가정으로 변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1독서와 2독서에서 말하는 성가정은 결국 우리가 하느님이 중심이 되는 삶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마리아,요셉의 성가정은 바로 하느님이 중심이 되는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들레헴 어느 마구간의 구유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님은 어느 집안으로 옮겨져 쉬고 있을 때 요셉의 꿈에 천사가 나타나 빨리 이집트로 피신하라고 알려줍니다. 그 이유는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다왕국의 왕인 헤로데는 의심많은 폭군으로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박사들이 알려준 유다임금으로 태어난 아기, 율법학자들이 알려준 메시아인 예수님을 그냥 둘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탄생 때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이는 사건을 일으킵니다. 헤로데는 자기 권력이 위협받는다고 느껴서 기원전 7년에 이미 두 친 아들을 사형에 처한 적이 있고, 4년에도 같은 이유로 친아들을 죽인 일이 있었다. 그래서 요셉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마리아와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해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 있었습니다. 헤로데가 죽자 요셉은 다시 천사를 통한 하느님 말씀을 따라 이스라엘 땅으로 다시 돌아와 베들레헴에 정착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베들레헴은 헤로데의 아들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아들인 아르켈라오스가 유다왕국을 다스린다는 소식을 듣고 방향을 바꿔 갈릴래아로 가서 나자렛에 정착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말미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나자렛이라고 하는 고을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예언자들을 통하여 그는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우리는 마태오 복음저자가 구약성경의 어느 구절을 인용해 이 문장을 표현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요한복음146절을 보면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하며 나자렛 출신 예수님을 얕보는 내용이 등장했듯이, 실제로 나자렛은 구약 성경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은 보잘것없는 깡촌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왜 마태오 복음저자가 예수님을 나자렛 사람임을 강조하려 했는지에 대해 신학자들은 나름대로 신학적인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가 대림시기 내내 읽었던 독서인 이사야서에서 보면 메시야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 여럿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이사야서 111절의 내용인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는 말씀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사이는 다윗의 아버지입니다. 말하자면 다윗 집안의 후손 중에서 메시아가 탄생할 것이고, 그 분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에서 그루터기는 나무의 몸통이 베어지고 남은 아랫동아리를 말하는 것인데, 이 아랫동아리는 그냥두면 대개 죽습니다. 그런데 죽어가는 그 곳에서 햇순이 돋아난다고 했고, 햇순의 히브리말이 나지르(nezer)’입니다. 말하자면 망해서 죽어가는 이스라엘백성에게 하느님께서 새로운 생명인 햇순(새로운 싹)을 움트게 하신다는 말씀입니다. 그 햇순이 바로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메시야인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하느님 구원약속 성취의 표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마태오 복음저자가 아기 예수님을 나자렛 사람이라고 의도적으로 강조하면서 구약 예언자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신학자는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뜻을 마지막으로 실천하기 위해 십자가의 죽음을 선택하셨는데, 십자가 위의 명패가 유다인의 임금 나자렛 사람’(요한19.19)이라고 쓰였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사람, 하느님의 아들로서 온전히 바쳐진 사람의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오늘 복음이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마리아와 요셉의 모든 행적은 예수님의 탄생 때처럼 오직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계획에 따른 행적이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의 삶은 철저히 하느님의 뜻에 따른 삶이었고, 그 때문에 아기 예수가 그들의 삶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삶이 하느님 중심의 삶이었고, 그래서 하느님께서도 언제나 그들 가정에 항상 함께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마리아.요셉의 가정을 성가정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면서 현재 우리들의 가정의 모습을 살펴봅시다. 그야말로 정말 위기이죠. 현재 우리들의 가정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보십시오. 틀림없이 너도 나도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있다면 오직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는 것이고, 대학생 자녀들은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일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우리 가정의 현실입니다. 물론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고, 자녀들이 공부 잘하고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하지만 결코 그것만이 가장 중요하고 모든 것을 포기할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신앙도 포기하고, 부모와의 관계도, 형제와의 우애도 포기하고 소홀히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돈을 어느 정도 벌고, 자녀들이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을 간다고 합시다. 그 때 여러분의 가정이 화목한 가장, 부모와 자녀가 원만한 관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정말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분명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삶과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이 중심이 된다면 여러분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여러분의 자녀들의 삶도 반듯한 인생의 길, 성숙한 한 인간의 삶을 살 수 있고, 틀림없이 여러분의 가정도 성가정의 모습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천곡 교우 여러분! 오늘 성가정 축일을 맞이해서 제발 가정의 중요성을 정말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 내 삶과 내 가정에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가장으로서, 또 부모로서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성찰하는 한 주일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성탄을 축하드리면서. 올 한해 모두 열심히 사시느라 애 많이 쓰셨고, 내년에도 주님의 축복 속에서 더욱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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