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우리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대림 3주일 강론(가해)

(2019.12.15.,10:30,화봉성당)

찬미예수님!

우리는 지금 대림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의 독서와 복음의 내용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메시야, 우리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우리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진짜 잘 알고 있습니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대림시기 내내 우리는 독서를 이사야서로 읽고 있습니다만, 이번 주 역시 1독서 이사야 예언자는 우리에게 오시는 메시야가 어떤 분이신지를 예고해주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그분께서 오시어 너희를 구원하신다.”고 표현한 것처럼, 메시야는 우리를 구원하시는 분으로서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실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래서 그 분이 오시면 메마른 땅도 기뻐하고, 아픈 모든 사람도 기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유대백성은 오랜 유배 생활에서 해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당면한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들은 가난했고, 병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기쁨은 어디로 가버리고, 그들은 하느님께 다른 것을 요구합니다. 메시야를 빨리 보내주셔서 당면한 현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시라고 말입니다. 말하자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다리는 메시야는 그들을 가난하지 않고, 아프지 않게 살게 해주시는 그런 분처럼 그들이 당장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분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사야서가 예고한 메시야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실현됩니다. 오늘 복음이 바로 그 내용입니다. 예수라는 이름 자체가 우리를 구원하시 분아닙니까? 복음을 보면 예수님에 의해서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걷게 되고, 나병환자들이 깨끗해졌고, 귀먹은 이들은 듣게 되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는 기적들이 일어났습니다. 이사야서가 예고한 메시야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을 통해서, 그 조차도 메시야가 누구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이 누굽니까? 우리는 지난 주 복음을 통해서 메시야를 잘 맞아들이기 위해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며 회개하라고 외친 바로 그 예언자가 아닙니까? 그런 그도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신 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해주실 메시야임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한다.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아마도 세례자 요한이 바랐던 메시야는 아픈 사람을 낳게 해주고 마음과 영혼까지 치유해주시는 분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정말 세상을 지배하는 분, 당시 로마식민지 생활을 통째로 뒤엎을 수 있는 그런 분을 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을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중에 그 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고 극찬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하늘나라는 예수님과 함께 시작합니다. 요한이 하늘나라가 다가오니 회개하라고 외쳤지만, 하늘나라를 시작하시는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세례자 요한조차도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신지 알지 못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기다리는 메시야는 어떤 분인가? 내가 아프니 내 병을 치유해주시는 분, 요즘 경제가 안 좋아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를 편하게 먹고 살게 해주시는 분, 정치가 이 모양이니 나라를 싹 갈아엎고 새롭게 해주실 분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도대체 우리가 기다리는 분은 어떤 분입니까? 교리가 아니라, 그럴싸한 남의 말로서가 아닌 우린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예수님, 아니 이미 내가 알고 있고 내 마음에 모시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는 과연 나에게 어떤 분이십니까?’

 

우리는 소설가 최인호 선생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분은 몇 년 전에 침샘 암으로 고생하시다가 68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일찍이 고등학교 3학년부터 남다른 재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많은 인기 있는 대중 소설을 써 그것들이 영화화되면서 명예도 얻고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러다가 중년이 되면서 신앙에 입문했고, 가정의 소중함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고뇌하는 작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참 일할 나이인 60세가 되면서 큰 병을 얻게 되고 투병하면서, 죽음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느끼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를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주님 ! 살려주신다면 오직 주님에 관한 글만 쓰겠습니다.”하고 떼쓰며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하느님의 뜻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고, 그래서 주님은 엿장수입니다. 엿장수가 엿을 다루듯이 저를 마음대로 다루어주십시오하고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죽음 앞에 선 그는 비로소 삶의 의미, 신앙 안에서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생명(生命)이란 주님께서 내게 주신 생()의 명령()’이다." 그는 자기 생명의 의미를 주님께서 내게 주신 명령, 뜻으로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기 생명이 주님의 뜻, 다시 말해서 주님이 내 생명의 주관자, 내 생명의 의미를 부여해주시는 분임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예수님, 이미 내 마음속에 머무는 예수님이 나에게 어떤 분이신지는, 우리의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의 많은 경험들이 축적되고 철이 들면서 자기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점점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2독서 야고보서 말씀처럼 마지막 세상 심판 때, 또 나의 생명이 마무리되어 주님 앞에 섰을 때 예수님이 누구신지 완전히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매시간 우리의 삶속에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끊임없이 우리를 이끌어주시면서 우리 자신의 삶의 의미와 행복을 깨닫게 해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는 주님이 누구신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적이고 영적인 체험들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2독서의 말씀처럼 이른 비와 늦은 비를 맞아 곡식이 익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듯이 우리도 매일 매일 주님과의 관계를 위해서 노력하고 노력할 때 우리는 예수님이 나에게 어떤 분이신지를 점점 더 분명하고 명확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자선주일입니다. 이날 거둔 헌금은 교구 사회복지국을 통해 울산대리구를 포함한 교구 전체의 장애자와 어르신 등 사회복지 시설에 계신 분들을 위해 쓰입니다. 기꺼이 함께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선행위는 예수님을 기다리는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기쁜 성탄 되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이번 성탄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찾아오시는 그 예수님이 여러분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 분이신지 특별히 느끼는 성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안에서 여러분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분의 삶이 늘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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