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 (2019.10.26. 언양 양업길 순례미사)
존경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들의 도보순례를 통해서 가을의 자연과 무엇보다 신앙 선조들의 삶을 통한 우리들의 신앙의 의미와 행복을 느끼시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우리나라에 그리스도 교회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1784년, 그 이듬해인 1785년부터 종교박해는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1882년 미국과 수호조약(修好條約)을 맺기까지 약 100년 동안 박해는 지속되었습니다. 이 기간 본격적인 박해로서 1791년 신해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까지 순교한 분들의 수가 만(10,000)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100년의 박해 기간에 우리 교우들은 박해를 피해 전국의 산골로 옮겨 다니며 숨어 지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의 교우들이 박해를 피해 경북으로 피신했고, 경북의 대구,칠곡,성주 방면의 교우들은 낙동강 유역의 김해,양산,밀양 등지로 내려와 피신했고, 안동과 청송 교우들은 경주,동래,울산,기장 등의 깊은 산중으로 피신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839년 기해박해와 1846년 병호박해 이후에는 많은 교우들이 부산,언양지역으로 피해 숨어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언양지역은 이미 1801년 신유박해 이전에 천주교 신자로서 창녕 성씨 가문과 오씨 그리고 살티의 김영제의 조부였던 김교회 등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박해의 배경 하에서 교우들이 숨어 지내기 위해 울산대리구의 첫 공소라고 할 수 있는 ‘간월공소’와 죽림굴로 알려진 ‘대재공소’ 그리고 ‘살티공소’가 생겨난 것입니다. 간월공소는 작천정 뒤 간월산에 있었던 것으로 1860년 경신박해로 해체되었고, 오늘날 죽림굴인 대재공소는 1866년 병인박해 때 폐쇄됩니다. 그 대재공소에는 현재 병영성지의 자리인 옛 울산 장대에서 순교하신 허인백,이양등,김종륜 세 분의 복자가 숨어서 신앙생활을 한 곳입니다. 그리고 1866년 전국적으로 진행된 병인박해로 대재 공소가 폐쇄되고 난 뒤 간월과 언양지방에 살던 교우들은 살티 지역으로 숨어서 지내게 되었고, 바로 살티공소가 된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최양업신부님께서 경신박해 직후 대재공소를 방문해 몇 달간 머물면서 이 지역교우들을 위해 성사를 집행하셨습니다. 신부님이 대재공소에서 있으면서 1860년 9월3일자로 쓴 편지가 있습니다. 당시 공소와 언양지역의 박해상황을 알 수 내용입니다. 그 편지내용에 의하면,17명의 신자들이 체포되어 잡혀갔고, 그 중에 3명은 배교하여 석방되었다고 전하고 있고, 잡혀간 신자들 중에 16살 소년이 있었는데 옥지기에게 간청해 잡혀온 부친과 같이 형장에서 죽게 해 달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상도 지역에 살던 신자들은 집과 전답과 생활필수품 모두를 빼앗긴 채 마을에서 쫓겨났고, 집들은 불태워졌다고 합니다. 당시 조정에서는 많은 신자들을 모두 잡아들여 일일이 재판에 다 회부할 수 없어 깊은 산골로 숨은 신자들까지 체포할 생각이 없었는데, 파견된 포졸들이 지역주민들을 선동해 천주교 신자들 박해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습니다. 또 신앙심이 깊은 24세 동정녀인 아가다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 김영제가 감옥에 갇혀있어 이리저리 몸을 피해 다니다가 겨우 대재공소로 피신해왔는데 탈진한 몸으로 병을 얻어 임종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양반이고 학자며 상당한 부자로서 그의 가족 모두가 신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재산을 처분해 교우촌으로 이사왔는데, 박해로 인해 모든 재산을 압수당하고 집까지 불타 열여섯 식구가 피신하는 처지가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님을 모셔 세례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부산교구 특별히 울산 대리구의 교회의 역사에서 이 언양 지역은 신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선조들은 이 언양을 중심으로 100년의 박해시절을 견뎌냈습니다. 이런 순교신앙의 역사를 기반으로 언양성당이 설립되었고, 울산과 경주지역에 신앙이 전파되고 유지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신앙선조들의 신앙의 삶을 통해 우리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이 시간에, 오늘 독서와 복음은 우리 자신의 부족한 신앙 삶을 성찰하고 다시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독서는 의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의인은 이 세상에 살면서 오직 이 세상의 삶에만 희망을 두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도 바라보며 사는 사람이기에 현실의 고통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다고 하십니다. 신앙의 삶은 이 세상의 삶에만 매몰되어서는 살 수 없는 삶입니다. 신앙의 삶은 이 세상의 삶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보면서 사는 삶입니다. 그래서 현재 삶을 성찰하고 다시 제대로 똑바로 살기위해 노력하는 삶입니다. 당연히 이 세상의 삶과 신앙의 삶은 상충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현실에서 신앙의 삶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곳에서 재산을 모두 잃고 피신하며 심지어 목숨까지 바친 우리 신앙선조들의 삶과 비교하면, 오늘날 우리 신앙의 삶은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통해서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 신앙의 삶을 위로하고 또 다시 힘을 내라며 격려하시면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온전히 하느님 나라를 바라보며 사셨던 예수님께서 당신이 가신 그 길을 함께 가자고, 기꺼이 동행할 때니 함께 가지고 초대하십니다.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신앙선조들의 순교자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의 신앙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안에 여러분과 함께 계시면서 여러분의 삶이 의미 있고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