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구장 강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

다해 연중20주일 강론

(2019.8.18. 10:30,덕신성당)

찬미예수님!!

존경하는 교우여러분! 무더운 여름 지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장 기본적인으로 해야 할 일은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기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인데, 과연 우리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산다는 것은 이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가치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오는 시련과 고통을 우리는 얼마나 감수하고 있는가?’ 오늘 독서와 복음은 이런 무거운 질문을 우리에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예레미야 예언서의 말씀을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전하기 위해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는 예레미야의 모습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레미야는 어떤 예언자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철저하게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셨고 그 때문에 많은 고통을 당했고 심지어 가족들에게 조차 박해를 받았던 분입니다. 오늘 독서는 당시 강대국인 바빌론을 하느님께서 유다왕국을 징벌하기 위한 도구로 확신하여 바빌론 군대가 예루살렘을 포위했을 때 바빌론 세력에 대항하지 않고 오히려 항복을 권유했고,그래서 예레미야가 반역죄로 몰려 투옥되었지만 비유다인인 왕실 내시의 도움으로 살아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2독서인 히브리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그러면서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그리스도인을 경기장에서 달리는 선수에 비교하면서 신앙의 목적지를 향해 끝까지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까지 많은 시련과 고통들이 있겠지만 십자가의 고통을 견디신 예수님을 본받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라며 격려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하느님 말씀이 온 세상에 퍼져나가길 원하신다고 하시면서 그 일을 위해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의 전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우선 정리해야 할 두 가지 개념이 있습니다. ‘불과 세례의 개념입니다. 여기서 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불이 아닙니다. 예레미야 20,9(“다시는 주님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말자. 주님의 이름으로 하던 말을 이제는 그만 두자고 하여도, 뼛속에 갇혀 있는 주님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올라 견디다 못해 저는 손을 들고 맙니다.)”에 의하면 하느님의 말씀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고,‘세례는 마르코 10,38(“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에 의하면 예수께서 맞이하게 될 죽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리된 두 가지 개념을 토대로 오늘 복음말씀을 이해하면 이렇습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오셨고 그 말씀이 온 세상에 퍼져나기를 원하십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 시련이 있기 마련인 것이고, 결국 희생으로서 당신의 죽음까지 예견하시는 고뇌의 말씀을 하십니다. 실제 하느님을 말씀을 전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뒤 교회의 모습은 분열되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인의 가정도 반목하며 분열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고 그것을 전하는 것은 이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가치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묵상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직접 뵌 분들 중에서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신 분이 누구실까? 어느 분이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대로 하느님 말씀에 충실하기 위해 많은 시련과 고통을 견디며 사셨던 분일까? 떠오르는 한 분이 계셔서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범 신부님이신데 이태리 출신으로 콘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원의 수사신부님입니다. 70년에 부산교구의 범일 성당에도 계셨고, 옛 기장 성당(한센병 환자촌)에도 계셨습니다. 수염이 아주 긴 할아버지 신부님으로 기억하는데, 범일 성당에 계실 때 그 분의 인품을 직간접 체험한 많은 신자들 분들이 마치 예수님을 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80년 초 신학생이었을 때 당시 기장 성당에 계신 그 분을 직접 찾아뵌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기장성당은 현 성당 이전의 구성당으로 아주 초라한 모습이었는데, 사제관은 옛 가정집으로 부엌(부뚜막이 있는 정지)을 통해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조그만 집이었습니다. 부엌의 유리창은 없어 비닐로 덮여 있었고, 조그만 거실 찬장은 그릇 몇 개와 50원짜리 비스켓 두 개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손님 왔다고 특별히 내놓으셨습니다. 신부님은 신학생인 저를 반기시면서 환자촌 방문에 동행을 권유하셔서 함께 환자촌을 간 적이 있습니다.큰 검은 가죽가방을 들고 마을을 나섰는데 신부님이 모든 사람들과 한 가족처럼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웃으며 이야기하시던 그 분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후 그 분은 80년 중국이 개방되면서 중국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원래 그 분은 중국선교에 관심이 있으셨지만 49년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중국으로 가지 못해 대신 한국행을 선택해 일생을 한국에서 선교사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 후 한국교회는 사회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많은 발전을 했기에 80세쯤에 다시 중국선교를 결심한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90년 초에 제가 중국을 여행하던 중 연길을 간 적이 있는데 그 곳에 범신부님이 계시다는 소식을 현장에서 접하고 그 분을 찾아갔습니다. 그 분이 계신 곳은 뜻밖에도 연길의 변두리에 조그만 요양원이었는데, 그 곳은 정신적으로 혹은 신체적으로 불편한 노인환자를 돌보는 곳으로서 그 곳 2층의 방 한 개를 구해서 머무셨습니다. 원래 중국종교법에 의하면 외국 종교인들이 중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을 선교를 할 수 없고 어길시 추방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엄격한 종교활동을 피하고 간접적으로나마 선교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요양원에 기거하신 것 같았습니다. 당시 중국은 경제적으로 오늘날처럼 잘 살지 못한 때이고, 연길 지역도 중국 중에서 변방 중에 변방이니 아주 가난했습니다. 신부님은 수도원으로부터 받는 생활비 전체를 그 요양원에 기부하면서 그 댓가로 요양원 방 한 칸을 얻어 지내면서 몰래 간접적인 방식으로 선교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신부님의 방에 들어가 보니 크기는 3-4평 정도였고 타자기 한 대와 손수 식사해결을 위한 냄비와 그릇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평생을 가난하게 사셨지만, 80세 중반을 넘긴 노인이 된 상황에서 조차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전하기 위해 낯설고 힘든 그 곳을 자청해서 사셨던 것입니다. 그분은 옛 모습그대로 여전히 환하게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저는 여기서 죽을 겁니다. 이곳에서 주님의 일을 하다가 죽는다 해도 어떤 두려움도 없습니다.” 범신부님의 그 말씀은 아직도 제 마음 속에 진하게 남아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을 묵상하면서 그 신부님의 삶과 말씀이 더욱 깊이 마음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무더운 폭염이 한 풀 꺾인 것 같습니다. 곧 가을이 시작되겠지요,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번 주 한 주일을 지내면서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자세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 안에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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